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파르테논 유물반환, EU·영국 미래관계 '샅바싸움' 새 갈등불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EU 입장안에 "불법 이전 문화재 반환"…"그리스 요구 반영돼"

英 매체 "무역협상 신경전인듯"…'英, 브렉시트 기본합의 지키라' 경고로 해석

연합뉴스

대영박물관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 즉 엘긴 마블스의 일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 즉 브렉시트 후 양자간 미래 관계를 설정하는 협상에서 고대 그리스 유물이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영국이 제국주의 시대에 빼돌린 문화재를 반환하라는 EU의 요구인데 무역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기선제압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의 영국과의 협상 입장문 초안에는 '불법적으로 제거된 문화재들을 그것들이 원래 있던 국가들에 반환하거나 손실을 배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입장문에 반환·배상 대상 문화재가 특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EU 외교관은 그리스가 이탈리아의 지원을 받아 문구 삽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영국이 점유하고 있는 고대 유물의 반환을 요구하며 영국과 오래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그리스 문화부는 영국 박물관에 전시된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Parthenon Marbles)을 되찾을 캠페인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는 브렉시트로 영국의 영향력이 줄면 이 현안에 대해 그리스가 EU 회원국들의 더 많은 지지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해당 유물은 기원전 5세기 파르테논 신전에 있던 160m 길이 프리즈(건물 윗부분을 장식하는 띠 모양의 조각이나 그림)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대리석 조각으로, '엘긴 마블스'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하다.

그리스는 영국 외교관 '엘긴 백작' 토머스 브루스가 19세기 초반 오스만제국 치하 그리스에서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을 가져간 행위를 절도로 본다.

그러나 영국은 당시 오스만제국에 파견된 특별대사 엘긴이 오스만제국과의 합법적 계약을 통해 획득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연합뉴스


이번 유물 반환 논란은 EU와 영국이 다음달 초에 개시될 미래관계 협상을 앞두고 날선 언변으로 신경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불거졌다.

영국은 지난달 31일 EU를 탈퇴한 뒤 올해 12월 31일까지 브렉시트 효력이 유예되는 전환기간을 보내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환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못 박으며 EU와의 통상조건을 비롯한 미래관계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영국은 EU의 법규를 따르지 않으면서 대다수 수출 품목에 관세를 면제받는 캐나다식 무역협정을 거론하지만 EU는 절대거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우리는 캐나다, 한국, 일본과 달리 매우 특별하고 고유하게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와의 무역협상을 (영국에)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브렉시트 수석보좌관이 전날 벨기에 브뤼셀 대학 연설에서 EU가 캐나다와의 무역협정과 같은 합의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반응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바르니에 대표의 발언을 '정중하게 표현한 분노'로 해석하면서, EU 관리들이 보기에 영국은 작년에 체결한 기본적인 브렉시트 합의에 역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 즉 엘긴 마블스 일부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리스 유물이 협상 의제로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도 무역협상을 둘러싼 신경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한 EU 관리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유물 반환 의제는 프로스트 보좌관의 발언 여파를 차단하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내놓은 충격요법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EU의 협상문 초안에 포함된 유물 반환 요구에 대해 "무역협상의 일부로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EU의 요구안이 파르테논 유물의 반환이 아닌 유럽 내 문화재 불법 이전을 중단한다는 의지 표명이라며 의미를 애써 희석하고 있다.

jangj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