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란 특정목적을 가진 개인 또는 단체가 살인·유괴·저격·약탈 등을 저질러 사상적·정치적·종교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테러범들은 목적에 따라 총기류, 폭탄, 항공기, 생화학무기 등을 다양하게 사용하는데, 최근 폭발물을 안고 자신도 죽음을 맞는 자살테러도 늘고 있다. 또 정보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나타난 사이버 테러는 주요 기관의 정보 시스템을 파괴해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는 신종 테러다.
과거에는 민족주의를 내세운 분리주의자 등에 의한 테러가 흔했지만, 갈수록 종교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가 늘고 있다. 종교 극단주의 테러도 순수하게 종교 때문이라기보다는 사상과 이념을 포함해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테러단체로는 탈레반(Taliban), 알카에다(Al-Qaeda),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무장단체들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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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가 건물에 충돌하자 10만ℓ가량의 항공유가 타면서 격렬한 화재가 발생했다. 충돌 지점보다 상층에 있던 사람들은 계단이 붕괴돼 대피로를 찾지 못했고 수많은 이들이 열기와 연기를 이기지 못해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오전 9시59분 세계무역센터 남쪽 건물이 먼저 무너졌다. 이어 10시28분 북쪽 건물이 완전히 붕괴되고, 이 잔해에 맞아 47층 높이의 세계무역센터 부속건물도 오후 5시20분경 붕괴됐다. 주변의 다른 건물들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같은 날 미 국방부 건물인 워싱턴 D.C.의 펜타곤에도 비행기가 충돌했다. 이날 8시20분 워싱턴에서 출발해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아메리칸에어라인 77편은 8시54분 항로를 180도 틀어 워싱턴 펜타곤으로 향했다. 다행히 펜타곤은 낮고 넓은 특유의 구조와 테러에 대비한 구조적 설계 덕에 비행기에 직접 부딪힌 피격 구간만 붕괴됐을 뿐 옆 구간의 연쇄 붕괴로는 이어지지 않아 피해가 적었다.
이 테러로 세계무역센터에서 2600명 이상, 펜타곤에서 125명이 죽었다. 항공기들에 탑승한 승객 256명 전원이 사망했음은 물론이다. 뉴욕 소방관 343명, 뉴욕 경찰 84명, 뉴욕 항만국 직원 23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것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공격피해로 꼽히며, 총 인명 피해 3130명은 진주만 공습 당시 사망자 2330명보다도 800명 많다.
9.11테러는 자신의 의사나 존재를 알리는 데 목적이 있던 이전의 테러들과 차원이 달랐다. 테러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의 범위가 거의 전쟁 수준에 이르렀다. 이 사건 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을 선포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사건 후 한 달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탈레반 정권을 몰아냈다. 그리고 2011년 12월에는 이라크와의 전쟁도 끝냈다. 당초 전쟁의 이유로 들었던 대량살상무기는 찾지 못했지만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고,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도 2011년 사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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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9일 창설된 무장테러단체 IS는 스스로 국가를 자칭하며 시리아와 이라크 일부를 차지하고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아울러 포로를 처형하는 잔혹한 영상을 중계하는 수법으로 세계 여론을 자극했다. 결국 미국은 2014년 9월 IS 격퇴를 위한 군사작접 돌입을 선언했다. 또 다시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한편, IS는 2015년 6월 이후 미국의 공습에 동참한 터키, 러시아, 프랑스에 대해서도 대규모 테러를 자행했다. 특히 프랑스에서 이뤄진 연쇄테러는 세계를 경악시켰다. 2015년 11월 13일, 프랑스 파리 곳곳에서 자살폭탄과 총기를 이용한 동시다발적 테러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 테러는 정부시설이나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시민을 표적으로 삼아 공연장, 축구경기장, 식당, 카페 등에서 저질러졌기에 충격이 더욱 컸다. 이날 발생한 테러로 132명이 사망하고 350여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이슬람 일부 과격세력이나 테러단체 소속원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들에 의한 테러 성격의 범죄가 늘고 있다. 이런 유형의 테러는 일상에서 또는 주변 사람에 의해 벌어진다는 점에서 조직이나 단체에 의한 것보다 오히려 더 위협적이다. 이런 유형의 테러를 일으키는 가해자들을 흔히 '외로운 늑대(Lone wolf)'라고 부르는데, 배후 없이 독자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테러를 모방하거나 그 테러집단과 한 편인 것처럼 행동하기도 하지만 그냥 외톨이들이다.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사건을 필두로 미국에서는 범행동기조차 뚜렷하지 않은 총기난사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2017년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거리에서 발생한 21세기 이후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시민들이 사망한 무차별적인 총기난사 사건 또한 그 중의 하나다. 범인 포함 59명이 사망하고 851명이 부상했다.
한국도 이런 유형의 테러로부터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2019년 4월, 진주에서는 자신의 아파트 방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이웃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3명에게 중경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이비 종교단체에 의한 '묻지마 식' 테러도 발생하고 있다. 1995년 3월 20일 월요일 아침, 사이비 종교집단인 옴진리교의 광신도들이 러시아워 시간대에 도쿄지하철 5개 차량에 대량의 사린(Sarin)가스를 살포, 12명이 숨졌고 부상자 5500여명이 발생했다.
이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묻지마 식' 잔혹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주로 사회에 대한 적개심과 불만을 범죄이유로 든다. 우리는 경제적 풍요 속에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 가운데 소외돼 힘든 사람들 또한 더 많아지고 있다. 그들은 누구와도 친해질 수 없는 폐쇄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를 방치하면서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불안요소가 됐다.
증오범죄가 느는 것도 문제다. 인종이나 국적, 성별, 종교, 성적 취향이 자기와 다른 사람이나 장애인 등 특정대상에 대해 증오심과 편견을 가지고 테러를 가하는 범죄행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이 살상당하거나 재산상 피해를 입는 불합리하고 부당한 일이 벌어진다. 안전을 위한 사회적 비용 또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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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테러 수법에는 강한 전자기를 내뿜어 국가통신 시스템·전력·물류·에너지 등 사회기반시설을 일순간에 무력화시키는 전자기 폭탄, 데이터량이 큰 메일 수백만 통을 동시에 보내 대형 컴퓨터 시스템을 다운시키는 온라인 폭탄, 세계 유명 금융기관이나 증권거래소에 침입해 보안망을 뚫고 거액을 훔쳐내는 사이버 갱 등이 있다. DDoS(distributed denial of service) 공격은 정부기관, 은행, 포털, 언론, 쇼핑몰 등 주요 인터넷 사이트를 서비스 불능 상태로 만들어 다른 사용자가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한다. 특정인의 신상 관련 자료를 인터넷 검색을 이용해 찾아내 다시 인터넷에 무차별 공개하는 신상털기 또한 사이버 테러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테러는 미국과 유럽, 이슬람 국가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시아지역은 지리적으로 중동으로부터 떨어져 있기 때문에 종전에는 테러의 공포를 실감하지 못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항공교통의 발달, SNS의 확산, 이른바 '외로운 늑대'라는 자생적 테러분자들로 인해 더 이상 안전한 지역이 아니다.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각종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그 유형은 더욱 잔혹해지고 수법 또한 교묘해지고 있다. 이제 세상 그 어디도 안전한 곳이 없게 돼가는 형국이다.
이철환 mofelee@hanmail.net
▶이철환은 재정경제부 국고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등을 지냈다.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암호화폐의 경제학', '인공지능과 미래경제', '을의 눈물'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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