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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잔잔함·큰 울림·긴 여운…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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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죽음을 대하는 가족 이야기…신구·손숙·조달환 등 열연

연합뉴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공연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의 병세가 하루가 다르게 나빠져 간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는 옷에 변을 지리고 이내 간성혼수로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헛소리도 한다. 더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다.

헌신적으로 남편을 돌보던 아내는 "지겹고 온갖 정 떨어진 지 언젠데, 간다고 하니 많이 불쌍하고 아프고 서럽다"며 탄식하고, 둘째 아들은 등에 업힌 아버지에게 "마당에는 아버지의 고단한 노동, 편안한 안식, 보람, 자존심이 덕지덕지 붙어있다"고 말한다. 그런 아들에게 아버지는 "날 좀 살려주라!"며 흐느낀다.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감성을 자극하는 사실주의 연극이다. 죽어가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가족의 이야기는 줄곧 잔잔하지만, 관객에게 긴 여운과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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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는 전막 시연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등장인물은 다섯에 불과하지만, 배우들은 각자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관객이 한시도 무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다.

신구(아버지)와 손숙(어머니)은 빼고 더할 것도 없는 장인의 연기를 보여줬고, 조달환은 죽어가는 아버지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둘째 아들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전막 시연에 이어진 간담회에서 손숙은 신구와의 호흡 비결에 대해 "오래전 국립극단 시절부터 함께 무대에 섰기 때문에 특별히 호흡을 맞추려 하지 않아도 신뢰가 있어 굉장히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아프고 슬픈 얘기여서 초연 때는 너무 그 감정에 젖어있었던 것 같다. 네 번째로 공연하면서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작품을 들여다보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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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주요 키워드는 '죽음'과 '가족'이다. 신구는 "죽는 데 잘 죽고 잘못 죽고가 있겠습니까만 요즘 생명 연장책으로 여러 방법을 동원하는데 그것보다는 호흡하던 곳에서 가족과 함께 이별하는 게 잘 죽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손숙은 "병원에서 뭘 주렁주렁 달고 그것만 빼면 죽는 상황인데 빼지 못하는 경우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조달환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아파서 돌아가셨는데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사는 게 좋을지 죽는 게 좋을지 아무도 모른다. 좋았던 추억만 기억해라'는 유언을 남겼다"며 "죽음은 늘 곁에 있으니 오늘 하루 치열하게 미친 듯이 살아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내용이 작품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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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수 같지만 미워할 수 없는 며느리는 서은경, 잡일을 도맡아 하는 푸근한 정씨 아저씨는 최명경이 감초처럼 연기한다.

최명경은 "부모님께 안부 전화라도 하고, 가까이 사시면 식사하거나 따뜻하게 손 한번 잡아드리는 계기가 되는 공연이 됐으면 한다"고 했고, 서은경은 "부모님에게 잘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화가 나곤 한다"며 "가족을 생각하며 편안하게 눈물 흘리시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손숙은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코로나 19가 쓰나미처럼 덮치는 바람에 걱정도 많고 예매를 취소하시는 분도 있다. 정부에서 문화예술 쪽에는 관심을 안 갖는 것 같아 힘들다"며 "저희는 배우니까 몇 분이 앉아있어도 공연하는 게 맞다.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공연은 3월 22일까지.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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