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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봉준호 한국어 소감에 “미국 파괴” 비난한 언론인이 인종차별 지적에 내놓은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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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봉준호 감독(맨 오른쪽)이 영화 ’기생충’으로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해 최우수작품상 호명에 출연 배우 등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


오스카 4관왕의 주인공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한국말로 한 데 대해 미국의 보수 성향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이런 사람이야말로 미국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해 뭇매를 맞고 있다.

인종 차별이란 지적에 이 진행자는 ‘미국 영화가 아닌 진보 성향의 한국 영화에 상을 준 관계자들을 비판한 것’이란 취지의 반박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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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블레이즈TV의 프로그램 ‘화이트 하우스 브리프’(The White House Brief)를 진행하는 존 밀러가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소감을 대부분 한국어로 밝힌 데 대해 비판한 트윗(위)과 ‘미국 영화가 아닌 진보 성향의 한국 영화에 상을 준 관계자들을 비판한 것’이라는 취지로 다시 올린 트윗. 존 밀리 트위터 갈무리.


보수 성향의 미국 블레이즈TV에서 ‘화이트 하우스 브리프’(The White House Brief)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존 밀러는 지난 10일 봉 감독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1917’을 제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봉 감독은 ‘굉장한 영광이다, 감사하다’고만 영어로 말했다”며 “나머지 수상 소감은 한국어로 진행했다”고 빈정거렸다.

이어 “이런 사람이 미국을 파괴한다”고 덧붙였다.

밀러의 트윗은 곧 확산돼 논란을 일으켰는데, 당장 미국의 팝 가수 존 레전드는 “이런 바보 같은 말은 돈 받으려고 쓰는 건가”라며 ”그냥 재미로 하는 건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미국의 유명한 연예 전문기자 마이클 무스토도 “봉 감독의 한국말 수상 소감이 당신이 (영어로 쓴) 이 글보다 훨씬 대단하다”고 비꼬았다.

편견에 반대하는 슬로건을 내건 시민단체 슬리핑 자이언츠는 “인종 차별은 지옥에서 온 마약 같은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밀러의 발언을 두고 ‘미국 우선주의가 숨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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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팝 가수 존 레전드, 연예 전문기자 마이클 무스토, 시민단체 슬리핑 자이언츠(위에서부터)의 트위터 갈무리.


논란이 거세지자 밀러는 앞서 올린 트윗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이런 사람’은 한국인을 특정한 게 아니라 계급전쟁의 불을 지핀 외국 영화에 상을 준 할리우드 인사들”이라며 “이들은 단순히 자신이 얼마나 깨어있는지 보여주려고, 내 생각에 수상 자격이 더 있는 두개의 영화 대신 기생충에 상을 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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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17’ 포스터.


밀러가 언급한 ‘2개의 영화’ 중 하나는 1917이다. 1차 세계대전을 바탕으로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아군을 구하기 위해 적진을 뚫고 달려가는 두 영국 병사가 하루 동안 겪는 사투를 그렸다.

미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이 영화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을 포함해 모두 10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아울러 77회 골든 글로브의 작품상(드라마 부문)과 감독상, 미국 프로듀서조합(PGA) 작품상, 미국 감독조합(DGA) 감독상을 받았고, 지난 2일(현지 시각)에 열린 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한 7관왕에 올라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실제로 미 아카데미에서는 촬영상과 시각·음향효과상 등 3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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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포스터


밀러가 언급한 ‘2개의 영화’ 중 나머지 하나는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할리우드다. 1969년 미국 캘리포이나주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사교집단 맨슨 패밀리가 벌인 실화 사건을 기반으로 한 범죄영화다. 출연 배우 브래드 피트(포스터 윗줄 왼쪽)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 각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는 각본상을 받았으며, 뮤지컬·코미디 부분 작품상도 거머위었다. 아카데미에선 미술상의 영예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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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포스터.


한편 봉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한 감독상과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 4개의 트로피를 받았으며, 올해 아카데미에서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아울러 역대 아시아 영화 중 최다 수상의 기록을 새로 썼다.

특히 기생충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백인들의 잔치’란 비평을 받아 온 아카데에서 외국어 영화가 최우수작품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아시아인은 대만 출신 리안 이후 봉 감독이 두 번째였고, 각본상을 외국어 영화가 받은 건 ‘그녀에게’(스페인어) 이후 두 번째, 아시아계로는 처음이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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