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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데스크칼럼] 시진핑과 그 부역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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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작년 말,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조사 결과 하나를 공개했다. 세계 각국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가 2년 안에 10억 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7억7000만 대에서 30%가 더 늘어난다는 것인데, 흥미로운 것은 그중 절반 이상을 중국이 차지한다는 것이었다. 항저우하이크비전과 다화테크놀로지 두 중국 회사가 세계 감시 카메라 시장의 약 38%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감시 시스템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무색하게도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미국 기업들로부터 부품과 자금, 노하우를 제공받으면서 말이다.

중국 감시 카메라 시장은 2018년 106억 달러(약 12조 원) 규모에 달했는데, 그 절반 정도를 정부가 조달했다고 한다. 심지어 그해 시진핑 정부는 관련 기업 37개사를 발표하고 국가 감시 사업에 큰 공헌을 했다며 치하까지 했다.

이런 첨단 모니터링 시스템은 체제에 대한 위협이라고 간주되는 소수민족이나 반정부 단체, 혹은 개인을 감시하는 데 쓰인다. 대표적인 게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위구르족이다.

미국 CNN 등 외신 매체들이 입수해 1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감시 시스템을 이용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처벌했다. ‘아이를 많이 낳았다고’, ‘이슬람식 스카프를 했다고’, ‘이슬람식 수염을 길렀다고’ ‘집에서 기도를 했다고’ 등등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 간섭했다.

더 경악할 일은 정부가 사람들 개인의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죽어가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왜 그런지 알려고 하지 말고, 알아서도 안 된다’는 식이다. 작년 말경 시작돼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원인불명의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를 보자. 코로나19에 대해 경고나 비판을 했다 하면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처음에 이 바이러스의 존재를 경고하고, 결국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 의사 리원량을 잡아다가 반성문을 쓰게 했고, 정부 비판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쉬장룬 칭화대 법대 교수도, 코로나19 진원지 우한 현장을 영상으로 고발해온 시민기자 천추스도 모두 실종됐다.

노르웨이 정치학자인 스타인 링겐은 저서 ‘완벽한 독재:21세기의 중국(The Perfect Dictatorship: China in the 21st Century)’에서 현재 중국의 체제를 ‘controlocracy(컨트롤러크래시)’라는 신조어로 표현한다. 이 단어는 ‘control(통제)’과 ‘cracy(통치)’를 합성한 것으로,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8년 동안 개인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느라 정권의 모든 것을 희생시켰고, 그의 힘이 세질수록 중국은 철저한 통제 사회가 된 게 사실이다.

현재 이 ‘통제된 통치’는 중국인들에게 공포 그 자체다. 독재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자신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알권리를 박탈당한 불안과 좌절이다.

인권 존중을 위해 쓰여야 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컴퓨팅 등 첨단 기술들이 모두 중앙 정부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데만 쓰이고 있어서다. 4차 산업혁명의 첨병이어야 할 것들이 정권의 부역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에서 1800명 이상이 죽고, 7만 명 넘게 감염이 됐는데도 중국 정부가 기껏 하는 것이라곤 드론을 띄워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마스크 착용을 종용하거나 야외에 무리 지어 있는 사람들을 흩어지게 하거나다.

그 뒤에선 ‘컨트롤러크래시’를 풀가동 중이다. 정부에 대한 잠재적 비판을 예지하고, 전염병에 대한 비공식 정보를 흘리는 사람들을 색출하는 데 그동안 갈고 닦은 통제 전술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거리의 가로등, 지하철 개찰구, 회사, 병원, 심지어 화장실까지 일상이 감시망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한들 시진핑 정권은 그 기술들을 더 많은 감시와 통제를 정당화하는 데 쓸 뿐이다. 안전보장의 얼굴을 한 빅 브라더, 그게 지금의 중국이다. 트럼프가 중국 기업들을 세계 무대에서 계속 궁지로 몰고 있지만, 부역자들에게 자비가 필요하느냐는 생각도 든다.

“의학은 중국을 구하지 못한다. 중국을 구할 수 있는 건 민주주의뿐이다”라고 역설한 어느 중국 지식인의 말이 깊이 와닿는다.

[이투데이/배수경 기자(sue6870@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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