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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지역사회 감염 우려' 연속 3명,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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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우한 코로나 폐렴 환자가 또 발생했다. 29·30번 환자에 이어 31번까지 연속 세 명이다. 이들 모두 중국을 포함한 해외여행을 한 적이 없고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29·30번 환자 거주지는 서울, 31번 환자는 대구다. 방역 통제망을 벗어난 감염 사례가 서울·대구만이라고 볼 게 아니다. 전국 곳곳에 퍼졌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우한 폐렴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입국자 검역, 접촉자 격리뿐 아니라 지역사회 감염 대비책을 가동해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앞으로 유사 환자가 보고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2009년 신종플루와 비슷한 성격이라고 한다. 전파력은 빠르지만 치명률은 낮다는 것이다. 신종플루 때 국내 70만명 넘는 환자가 발생해 200명 가까이 숨졌다. 우한 폐렴 확진자는 지난 한 달간 31명이다. 신종플루처럼 어느 순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단계로 넘어가는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

정부 대응은 아무리 봐도 무슨 도박을 하는 것 같다. 발원지인 중국을 향한 문을 열어놓은 채 방역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운에 맡기는 듯한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1차적 방역이 실패했다"면서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사회 감염까지 사태가 확산한 것은 결국 중국에서 감염원이 유입되는 걸 막지 않은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정은경 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지역사회에서 공기 전파로 감염됐을 가능성은 작다"면서 "중국에서 들어온 여행객들이 먼저 경증으로 발병했고 그로 인해 2차 전파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원인을 알았으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처방을 해야 한다.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으려면 원인 불명 폐렴 환자까지 조사해야 한다. 박능후 장관도 16일 "원인 불명 폐렴 환자는 우한 코로나 여부를 검진하겠다"고 했다. 의무적으로 전수조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정은경 본부장은 "의사 판단에 따라 할 것"이라고 했다. 의료 현장에선 누구 말이 맞는지 헛갈려 한다. 감염 진단 키트를 하루 1만개까지 늘릴 것처럼 말하더니 아직도 현장에선 하루 1000개도 안 된다고 한다. 격리 병상 같은 중요한 준비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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