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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대통령 한마디에… 與 "부처, 필요 액수 써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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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경제 낙관 하루만에 위기 강조… 국무회의서 '비상' 단어 6번 언급

靑 "이달말까지 1차 대책 발표"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과 관련, '비상(非常)'이란 단어만 6차례 썼다. "특단의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라는 언급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신종 코로나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언급해왔지만, '비상 경제 시국'으로 규정하며 '특단' '파격' 같은 표현까지 쓴 것은 처음이다.

특히 4월 총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확진자들이 계속 나오고, 거기에 정부·여당에 '경제 책임론'이 제기될 경우 총선에 최대 악재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도 최근까지 경제의 심각성과 낙관론을 함께 제시해왔지만 국민 우려가 다시 커지고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자 급히 초강경 메시지를 낸 것이란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전문가들 관측과 달리 올해 경제를 낙관하다가 이제 '신종 코로나' 탓으로 돌리는데, 경기 하강 국면에서 신종 코로나 충격이 배가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차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선 중기부 장관, 박능후 복지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 문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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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근 문 대통령의 경제 행보가 '총선용'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 "국민 목소리를 듣고 정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총선용이라는 데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총선 이후에도 국민의 절박한 고통을 돌봐야 하는 정부의 의무는 이행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날 "위축된 국내 소비 진작, 지역 경제 활력을 위해 필요하다면 파격적 수준의 지원 방안도 적극 고려해달라"며 구체적으로 소비 쿠폰, 구매 금액 환급까지 언급한 것을 두고 야권에선 "포퓰리즘"이란 비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방역과 경제적 피해에 대한 대책 수립을 위해 항목별로 어느 정도 규모의 재원이 필요한지 산정해 국회에 제출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비상' '파격' '특단'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상황의 엄중함을 강조한 것은 조만간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푸는 재정 집행을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긴급 방역 예산 등으로 예비비 1041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라며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이달 말까지 1차 대책을 우선 발표한 다음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주시하며 추가 정책 수단도 계속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분주한 분위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7일 업무보고를 하면서 다음 주 중 내수·수출 진작을 위한 종합 대책(경제 활력 보강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는데, 하루 만에 대통령이 추가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특단의 대책'에는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춰주는 건물주들에 대한 지원책은 물론 기업 투자와 규제 혁신 지원, 소상공인 특별금융지원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정부가 결국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통한 '재정 투입'으로 경기 진작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국채를 60조원이나 발행하기로 한 상황에서 연초부터 추경 카드를 꺼내 들긴 어렵다는 분위기도 있다.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기재부도 "추경 편성은 아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추경 검토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일단은 예비비 지출, 기금 운용 계획 변경(기금 지출 20~30% 확대)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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