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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31번 환자 38.8도 고열···병원서 코로나 검사 권유했지만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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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31번째 확진자가 입원했던 것으로 알려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새로난한방병원에 남은 환자를 이날 오후 타 병원으로 이송할 계획이다. 18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새로난한방병원 앞에서 방호복을 입은 경찰관이 주변 교통을 통제하는 등 환자 이송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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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18일 또 나왔다. 대구에 거주하는 31번째 환자(61ㆍ여)다. 이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의심되는 30대 여성이 폐렴 증세를 보여 이날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음압병동에 격리됐다. 또 이 병원 응급실이 잠정 폐쇄됐다. 이에 따라 주변에서 환자가 불쑥 발생하는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열 시작 후 열흘가량 한방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에 ‘병원 감염’ 우려도 나온다. 31번 환자는 국내 31명 환자 중에서 역학적 위험이 가장 큰 환자다.

그는 증상이 나타난 이후 확진 전까지 열흘간 대구 시내 한방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이 기간에 교회에서 두 차례 예배를 드리고 호텔 뷔페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해 2ㆍ3차 감염 우려가 크다. 이 환자는 해외여행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도 없었다. 17번 환자(37)가 지난달 25일 대구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31번 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7일부터 오한, 8일부터 인후통 같은 증상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무기록상 38도 이상 발열이 확인된 것은 10일이다”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14일 영상 검사에서 폐렴 소견을 확인해 항생제 치료를 하던 중 17일 대구 수성구보건소를 방문해 실시한 진단검사 결과 18일 확진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의료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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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31번째 확진자가 나온 18일 오후 대구 경북대학교 병원에 31번째 확진자 접촉자가 이송되어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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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번 환자는 특이한 이동 경로를 보였다. 그는 대구 수성구의 새로난한방병원에서 7일부터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열흘동안 병원 바깥을 돌아다녔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8일 31번 환자의 동선을 공개했다. 이 환자는 6일 대구 동구의 회사에 출근했고, 이날 오후 10시30분 교통사고를 당했다. 7일 새로난한방병원에 입원했다. 고열과 폐렴 증상이 나타나 병원 측이 코로나19 검사를 권했지만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이날 “31번 환자는 10일 체온이 38.8도를 보였다. 병원 측이 검사를 권유했지만 원치 않은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거절 이유는 해외여행을 간적이 없고,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없어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병원은 15일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했고 폐렴 소견이 나오자 31번 환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다시 한번 권했다고 한다. 하지만 환자가 "나는 확진자를 만난 적도 없고 해외에 나가지도 않았다"며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병원에 입원 중 9일, 16일 남구에 있는 신천지대구교회를 찾았다. 또 폐렴 소견을 확인한 뒤인 15일 지인과 동구에 있는 퀸벨호텔 뷔페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회사 본사에 다녀왔다. 권 시장은 “감염 경로를 확인할 때까지 33명의 입원환자가 있는 한방병원 출입을 통제했다”라고 밝혔다. 의료진 12명도 마찬가지다. 방역당국은 병원을 ‘코호트 격리(건물 통째로 봉쇄ㆍ격리)’하고 조사하고 있으며 환자는 대구의료원 1인실로 옮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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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번째 확진자 이동 경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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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37세 여성이 코로나19 의심증세를 보여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여성은 31번 환자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이 환자를 격리하고 달서구 보건소에 코로나19 검사를 의뢰했다. 병원 관계자는 "이 여성이 해외 여행 경력이 없고 폐렴 증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응급실을 잠정 폐쇄했다. 응급실에 40여명의 다른 환자와 의료진이 있었다.

정부는 코로나19 국내외 확산 상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판단하고 방역 정책 수정에 나섰다. 중국에서 유입된 환자를 중심으로 한 초기 상황과 달리 국내에서 역학적인 연관성이 없는 환자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번 코로나19 발생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달 중순부터 대만·싱가포르 등지에서 지역사회에 감염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국내에도 29ㆍ30ㆍ31번째 환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확인된 세 확진자를 아직 지역사회 감염으로 단정하지는 않지만 그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방역 전략 수정에 착수했다. 공항 검역을 중심으로 하는 해외 환자 유입차단 전략에서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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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신종 코로나’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동현 한림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한국역학회장)는 “이제는 접촉자 추적을 할 수도 없고, 의미도 없는 상황이 됐다. 이제는 일선 병의원을 중심으로 증상 호소하는 사람을 빨리 확인해서 조기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라며 “우리는 아직까지 의심환자가 아무 의원, 대학병원으로 가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병원이 다 뚫릴 수 있다. 지역 단위로 의심 증상 환자를 보는 병·의원을 지정해서 가능하면 그쪽으로 환자들이 가게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대구=김윤호ㆍ김정석 기자, 이에스더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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