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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벌써 5명" 우한 폐렴에 숨 죽인 종로구... 노인 일자리·봉사활동도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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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5명 발생한 종로구, ‘수퍼 전파지’ 우려에…
마을버스 안 타고… 외출 땐 마스크·선글라스 중무장
고령인구 비율 높아 노인들 지역사회 고립 우려도
"방역과 함께 노인들 직접 찾아다니며 건강 확인"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3동. 주민 김모(84)씨는 100여 개의 가파른 계단을 걸어서 내려왔다. 집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곧장 목적지까지 갈 수 있지만, 29번 우한 폐렴(코로나 19) 확진자가 마을버스를 탔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버스 타면 5분 거리를 30분간 걸어갔다"며 "몸은 고단해도 동네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숭인1동 주민인 29번(남·82)·30번(여·68) 환자 부부가 지난 16일 우한 폐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9번·30번 환자 부부를 포함해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17일 현재까지 종로구에서만 총 5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종로구 일대가 ‘수퍼 전파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따른 것이다.

특히 29번·30번 환자는 감염 경로와 접촉 이력이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 일대 주민들의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종로구와 방역당국은 지역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해 방제·방역 작업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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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서 5번째 우한폐렴(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17일 오전, 종로구 숭인1동 주민이 마스크를 쓴 채 주택가를 걷고 있다.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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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노인 대상 봉사활동·노인 일자리 올스톱
17일 찾은 종로구 숭인1동 인근의 주민들은 우한 폐렴의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우려했다. 해외 여행을 다녀오지 않았고 기존 확진자와 접촉도 없었던 29·30번 환자 부부가 종로구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제 어디서 전염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숭인동 인근 창신동에 사는 정모(59)씨는 이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거리로 나섰다. 정씨는 "이전에 확진자 나왔을 때는 우리 동네랑 멀어 별생각 없었는데 29번 확진자는 바로 옆 동네에다가 봉사활동도 다녔다고 하니까 괜히 불안해서 중무장했다"며 "한겨울에 선글라스 끼고 다닌다고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보긴 하는데 감염 방지를 위한 것이니 상관없다"고 했다.

29·30번 환자가 60~80대의 고령인 데다 노인과 관련한 봉사활동을 주로 해왔다는 점에서 지역 노인들에게 전파 위험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종로구의 고령인구 거주 비율은 16%(약 15만명)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4번째로 높다. 이에 따라 숭인동 일대 경로당은 문을 닫았고, 지역사회 단체들도 봉사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골목 청소’ 등 노인 일자리도 중단된 상태다.

숭인동 주민 조모(74)씨는 "이날 오전 경로당에 가려고 나왔는데 가니까 문을 닫고 방역 작업을 하고 있었다"며 "경로당에서 마스크도 줬는데 이제 경로당도 닫아서 마스크를 어디서 구하나 걱정된다"고 했다. 다른 주민은 "괜히 사람 많은 곳에 다녔다가 병이 옮을까 걱정돼 장 보러 가기도 무섭다"며 "29번 확진자가 도시락 배달할 때 도시락 받으러 왔던 데가 우리집 근처라고 해서 혹시 몰라 더 조심해야 할 거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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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숭인1동 주민센터에 도서관 휴관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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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엔 열감지 카메라… 구청·주민센터, 우한 폐렴 확산 방지 총력戰
종로구청은 지난 16일 29·30번 환자 부부의 자택 내·외부와 인근 골목, 이들이 방문했던 병원 등에 대한 방역작업을 마쳤다. 또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확진자와 접촉 이력이 있던 사람들을 통보받는 대로 자가격리를 지원할 예정이다. 종로구청 측은 자가격리 대상자의 경우 하루 두차례 전화나 방문을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구급키트와 생활용품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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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종로구 측은 지난 1일부로 구내 모든 노인회관을 폐쇄했기 때문에 이들 확진자 부부가 최근 봉사활동 대상자들을 만났을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립되는 노인들이 늘어날 것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확진자가 또다시 잇따라 발생하면서 노인분들이 감염 우려 때문에 집밖으로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고민"이라며 "지원대상 독거 노인들을 직접 찾아 건강을 확인하면서 눈에 드러나지 않는 노인들에 대해서는 통·반장 등 이웃을 통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 달라고 하고 있다"고 했다.

동 단위에서도 지역사회 확산 예방에 나서고 있다. 숭인1동 주민센터는 이날부터 29번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주민센터 내 노인회관을 폐쇄했다. 주민센터 내 도서관도 일주일 동안 문을 닫기로 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주민센터 2층 민원인실 출입구에 열감지카메라를 설치해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곧 숭인1동 전체를 방역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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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29·30번 확진자의 주거지로 확인된 서울 종로구 숭인1동의 주민센터에 열감지카메라가 설치됐다. 36.5℃ 이상으로 감지되는 곳은 화면에 빨간색으로 표시돼 고열 환자 식별이 가능하다.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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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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