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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서 병상 부족으로 일가족 4명 치료도 못 받고 잇따라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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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에 “여러 병원 전전하며 애걸했지만 병상 못 구해”
中매체 “초기 관리 소홀로 경증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
병상 기다리다 경증→중증→가족전염→지역사회 전파


서울신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병상 부족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일가족 4명이 숨졌다. 숨진 일가족 중 한 명인 창카이. 신경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일가족 4명이 코로나19에 걸렸지만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잇따라 숨졌다.

환자가 넘치는데 병상이 모자라 사람들이 죽어가는 우한의 비극적인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16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후베이성 영화제작소 대외연락부 주임인 창카이(55)와 그의 부모, 누나 등 4명이 코로나19로 잇따라 숨졌다.

창카이의 부인도 코로나19에 걸려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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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대형 전시장을 개조한 임시병원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 옆을 지나가고 있다. 2020.2.5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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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카이의 대학 동창에 따르면 부모를 모시고 사는 창카이 부부는 춘제(중국의 설) 전날인 지난달 24일 부모와 함께 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튿날인 25일 창카이의 아버지는 발열과 기침, 호흡 곤란 등 코로나19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병상이 없어 입원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창카이와 누나가 아버지를 간호했지만 사흘 후 아버지는 숨을 거뒀다.

지난 2일에는 창카이의 어머니도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이어 지난 14일 새벽 창카이도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숨졌고, 같은 날 오후 창카이의 누나 역시 코로나19에 걸려 동생의 뒤를 따랐다.

17일 만에 일가족 4명이 코로나19로 연달아 사망한 것이다.

창카이의 아들은 영국에 있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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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전시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 병동에서 15일 환자들이 점심 식사를 받아가고 있다. 2020.2.15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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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카이는 죽기 전 남긴 유서에서 자신과 가족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잇따라 숨진 것에 대해 한탄했다.

그는 “아버지를 모시고 여러 병원에 갔지만 하나같이 병상이 없어 환자를 못 받는다고 했다.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병상을 구하지 못했다”고 한을 토로했다.

그는 “양친의 병간호를 한 지 며칠 만에 바이러스는 무정하게도 나와 아내의 몸을 삼켰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애걸했지만 병상을 구할 수 없었고, 병은 치료 시기를 놓쳐 손 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전했다.

창카이는 “평생 아들로서 효도를 다했고,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했으며, 남편으로서 아내를 사랑했다”면서 “내가 사랑한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을 고한다”고 했다.

중국 매일경제에 따르면 창카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우한 퉁지병원 교수인데 이들은 입원을 하지 못했고 창카이 본인 역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간신히 작은 병원에 입원했었다고 보도했다.

발병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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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던 9일 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보건소 격리구역에서 일하는 의사가 격무에 치쳐 보호복 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쪽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14일 공개됐다.우한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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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카이의 대학 동창은 창카이 가족의 연이은 죽음을 슬퍼하면서 “이런 비극을 알리고 책임을 묻고 싶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지난달 23일 우한에 대한 봉쇄 조치 이후 병상이 턱없이 부족해 날로 늘어가는 환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고도 입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차이신은 초기에 당국이 의심 환자 관리에 소홀했던 것이 위기에 처한 타조가 모래 속에 머리를 박는 식의 정책이라고 칭하면서 이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우선 환자가 제때 진단받지 못해 조기에 치료할 수 없었으며, 이 때문에 경증 환자가 중증 환자로 발전돼 사망률 상승을 초래한 점을 꼽았다.

또 대부분의 의심 환자가 병원에 격리되지 못하고 집에서 병상이 나기만을 기다리다가 가족이 전염되고, 지역 사회로 바이러스가 확산돼 환자 수가 무섭게 폭증했다고 덧붙였다.

차이신은 현장 취재 결과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해 경증 환자가 중증 환자로 악화하고, 결국 사망하거나 심지어 가족 중 여러 명이 숨지는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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