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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사법농단 혐의' 판사들 잇따라 '무죄'…양승태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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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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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 만기 20여일을 앞둔 22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풀려나 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the L]사법농단 연루 현직 판사들에 대해 무죄 판단이 잇따라 나오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울러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도 결국 무죄가 선고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법원이 연이어 기소된 판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재판개입은 처벌 불가'라는 법리를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최소한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의 주요 혐의인 재판개입에 대해선 '유죄' 결론은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아졌다.

지난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재판부는 무죄를ㄹ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다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임 부장판사에게도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은 "직권남용죄 법리를 근본적으로 오해한 것"이라며 재판부 판결내용을 직접 비판했다.

검찰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브리핑 자료를 통해 "법원은 피고인이 위헌·위법하게 재판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에게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없으므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 "하지만 그와 같은 판단은 직권남용죄 법리를 근본적으로 오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임 전 부장판사 사건에 대해서도 오늘(17일) 항소장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법원행정처 지시를 받은 임 부장판사는 사건 담당 재판장에게 선고 직전 '세월호 7시간 행적' 기사가 허위라는 점을 강조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임 전 부장판사가 재판장에게 양형 이유 중 민감한 표현을 수정하게 하고 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된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오승환 씨를 정식재판에 넘기려는 재판부 판단을 뒤집고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종용한 혐의도 행위 대부분이 사실로 인정되지만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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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사건에서 '키맨'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재출석 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재판부 논리대로라면 사법농단 사건의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해선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등 고위 법관들이나 이를 전달해 실질적으로 관여한 판사들이 재판에 관여할 직무 권한은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한'이 없어서 '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재판부 판단은 그 자체로 재판개입에 대해선 처벌을 않겠다는 선언이라는 지적이다.

검찰은 "직권이 남용된 결과를 남용된 직권 그 자체와 혼동한 것"이라며 재판부 법리 적용을 구체적으로 반박하기도 했지만 법원의 분위기로 볼 때 2심과 3심으로 가더라도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견해가 다수다.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 수사기록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13일 1심서 무죄판단을 받은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해 검찰은 선고 다음 날인 14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받았던 이들은 1심 재판부가 법원행정처에 보고된 검찰 수사기록은 공무상비밀이 아니므로 비밀누설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결국 이들에게 검찰 수사기록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도록 한 임 전 차장 등 고위법관들도 같은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검찰은 언론을 활용해 관련 수사정보를 적극적으로 브리핑하고, 관련 법관들에 대한 징계 인사조치 등 사법행정을 위해 수사상황을 상세히 알려주기도 했다"며 "(이 사건 정보가) 법원행정처 관계자들로 인해 (공무상) 비밀로서 보호될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유사한 혐의였던 유해용 전 판사 역시 지난 1월13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유 전 판사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박모 재판연구관에게 청와대 관심 재판 관련 문건을 작성토록 지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 전 판사에 대한 무죄 선고는 지시를 내린 법원행정처 고위 법관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재판을 받고 있는 임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도 재판 개입 내용이나 혐의가 임 부장판사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은 1심 무죄가 선고된 부장판사급 법관들에 비해 혐의가 다양하고 방대해 전체 혐의가 무죄로 나오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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