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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29번 환자 4시간 머물렀던 고대 안암병원 응급실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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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확산]

의료진 36명 격리, 접촉 환자들도 격리… 모든 병동 면회객 제한

사흘전부터 가슴답답해 죽을것 같다 호소, 동네병원 2곳도 들러

6일 만에 국내 우한 코로나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로 추가된 29번 확진자(82)는 기존 28명의 확진자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는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았고 확진 환자들의 접촉자로 관리되지도 않아 국내 첫 지역사회 감염 사례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최고령 확진자인 29번이 거주지인 서울 종로 일대에서 독거 노인 도시락 배달 활동 등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한 폐렴 사망률이 높은 허약한 노인들에게 그가 '수퍼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우자 "독거 노인 점심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 해왔다"

29번 확진자와 함께 사는 아내 A씨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동 자택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남편은 종로3가에서 독거 노인들을 위한 점심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을 해왔다"면서 "거동이 불편한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도시락을 건네주며 말동무도 해줬다"고 말했다. 지난주는 물론 이번 달에도 이미 수차례 도시락 배달을 했고, 확진 판정을 받은 다음 날인 17일에도 그에게 배정된 노인 두 명에게 도시락 배달을 하러 갈 예정이었다고 한다. 방역 당국은 "29번 확진자는 며칠 전 마른기침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고, A씨는 "사흘 전부터 코로나 관련 증상이 나타난 것 같다. 밤에 가슴이 답답해서 잠이 안 와 죽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29번 확진자가 봉사활동을 하며 접촉한 독거 노인들이 파악됐는지에 대해 종로구청 관계자는 "아직 확인 중이라 답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高大안암병원 긴급 방역 - 16일 오후 우한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 입구에 임시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에 29번째 확진자가 다녀갔기 때문에 긴급 방역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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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봉사활동 외에는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는 바둑 기원이나 집 인근 경로당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16일 오후 6시쯤 기자가 찾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신설기원은 확진자가 들렀던 곳이지만, 7~8명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신설기원 관계자는 "지난 달쯤 방문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이후로는 못 본 것 같다"며 "정부 관계자들이 다녀와 조사만 하고 따로 방역은 하지 않아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29번 확진자가 자주 찾은 것으로 알려진 숭인1동 주민센터 경로당을 포함해 구립 노인회관 2곳은 이달 들어 16일까지 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우려해 문을 닫은 상태다. 종로구청 측은 "17일부터 1주일 정도 연장 휴관에 들어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4~6시쯤 종로구보건소 관계자들은 숭인동 자택을 찾아 방역 작업을 했고, 마스크 등이 들어 있는 '감염 예방 키트', 식료품과 생필품이 든 상자를 건넸다. A씨는 "저는 아직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오전부터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대형 병원 응급실에서 4시간 동안 일반 환자들과 뒤섞여

29번 확진자는 대형 병원인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에서 다른 환자들과 격리되지 않은 상태로 4시간가량 머무르기도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발표와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그는 15일 정오쯤 병원 응급실에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왔고, 응급실 중증 환자 구역에서 심근경색 의심으로 진료를 받았다. 진료 도중이던 오후 4시쯤 "영상검사 결과 폐렴이 의심된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29번 확진자를 응급실 내 음압격리병실로 옮겨 격리시켰다. 그는 응급실에 올 때만 해도 우한 코로나 감염증 의심 환자가 아니어서 병원 내 선별진료소를 거치지도 않았다. 그는 고려대 안암병원에 가기 전 동네 의원 2곳을 방문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중대본 관계자는 "그는 응급실에서 37.5도 정도의 열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16일 새벽 그가 확진 판정을 받자 고려대 안암병원은 응급실을 폐쇄했고, 당시 현장에 있던 의료진 36명을 자가 격리 조치했다. 29번 확진자와 접촉한 환자들도 1인실에 격리 조치 중이다. 병원 측은 응급실의 경우 '상주하는 보호자 외에 면회를 금지한다'는 방침이고, 모든 병동에서 환자 1명당 면회객 1명만 들어갈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중대본은 "정확한 증상 발현 시기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확진자의 증상 발현 하루 전부터의 동선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동 경로가 나오더라도 29번 확진자의 정확한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의 거주지 소재 명륜교회에서 4명의 확진자가 나오긴 했지만, 29번 확진자가 이 교회를 다녔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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