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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만수르의 돈 축구, 맨시티에 독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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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에 비해 과한 이적료 지출…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 위반

유럽축구연맹의 중징계 받아

2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 금지… 감독과 핵심 선수들 이탈 우려

맨시티 "가능한 한 빨리 항소"

2008년 9월 아랍에미리트 왕족이자 석유 재벌인 셰이크 만수르(50)를 구단주로 맞이한 지 11년 반. 만년 중위권 구단이던 맨체스터 시티는 완연한 빅 클럽으로 탈바꿈했다. 2조원의 돈다발로 '초호화 군단'을 꾸려 프리미어리그 정상에만 네 차례 올랐다. 지난 시즌에는 리그 우승컵과 함께 FA컵, 카라바오컵(리그컵)을 모두 차지해 잉글랜드 최초로 3관왕에 등극했다.

거의 모든 우승컵을 들어올린 맨시티이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오랫동안 꿈꿔 온 유럽 정상에 더 오르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내년부터 두 시즌 동안 유럽클럽대항전 출전을 금지당했기 때문이다.

UEFA는 15일(한국 시각) 맨시티가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을 위반했다며 UEFA 주관 대회 출전을 2년간 금지하고, 2500만파운드(약 385억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맨시티, 뭘 잘못했나

이번 사태는 지난 2018년 11월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이 맨시티의 분식 회계 의혹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슈피겔은 축구 정보 폭로 사이트인 '풋볼리크스'가 해킹으로 입수한 구단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맨시티가 후원 수익을 거짓으로 부풀려 FFP 규정을 피해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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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는 지난해 3월부터 산하 구단재정관리위원회(CFCB)를 통해 맨시티를 조사한 끝에 의혹이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UEFA는 맨시티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의 투자회사인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으로부터 5950만파운드(약 917억원)를 직접 받았으면서, 후원사인 에티하드 항공사를 통해 받은 것처럼 거짓으로 장부를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구단주의 지출을 후원금 수익으로 속였다는 것이다. CFCB가 요청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맨시티 엑소더스' 시작될까

맨시티는 성명을 내고 "UEFA가 편파적인 조사로 일관했다. 실망스럽지만 결과가 놀랍지는 않다"며 "가능한 한 빨리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소가 이뤄지는 동안 모든 UEFA 제재는 보류된다. 구단주 만수르도 투자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사를 최근에 내비쳤다. 영국 더 선은 "칼둔 알 무라바크 회장이 몇 달간 아부다비의 구단 이사들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협력해왔다"며 "만수르도 라힘 스털링과 케빈 더브라위너 등 스타들을 '처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구단의 오랜 숙원인 챔피언스리그 우승 도전이 무산된다면 주제프 과르디올라(49) 감독과 전성기를 달리는 핵심 선수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텔레그래프는 "징계가 뒤집히지 않는 한 2021년이 계약 만료인 과르디올라 감독이 올여름 일찍 팀을 떠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맨시티의 항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더 큰 후폭풍이 일어날 수도 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자체 징계로 이어진다면 유럽 무대뿐 아니라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 데일리메일은 16일 "프리미어리그 규정에는 승점 차감 징계를 소급 적용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이는 2014년 맨시티의 리그 타이틀도 박탈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2013-2014시즌 맨시티는 리버풀을 승점 2 차이로 누르고 우승했다.

이미 윤곽이 잡힌 선두 싸움 대신 5위 싸움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 시즌 리그 2위인 맨시티가 내년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하면, 원래 4위까지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5위 팀에도 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현재 5위는 승점 39를 쌓은 셰필드 유나이티드다. 토트넘(37점)과 7위 울버햄프턴, 8위 에버튼(이상 36점)이 간발의 차이로 뒤따르고 있다.

☞재정적 페어플레이(Financial Fair Play)

유럽축구연맹(UEFA)에 속한 구단이 수입 대비 과도한 지출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규정으로 2011-2012 시즌 처음 실시됐다. 구단이 단기적인 성과를 내려고 무분별하게 선수를 영입해 장기적인 재정 문제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취지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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