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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태구민 이름으로 출마, 北 주민 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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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救民이 주민등록 이름, 北추적 피하려 한국 온 직후 개명

4·15 총선일은 김일성 태어난 날, 북한 주민에 자유선거 알릴 것"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 공사가 "태구민(太救民)이라는 이름으로 이번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한 이후 테러 위협을 피하기 위해 개명했던 것으로 (이 이름은) 몇 년간 신변 안전에 도움이 됐다"며 "북한의 형제자매를 구원하겠다는 뜻에서 '구원할 구' '백성 민'으로 지었다"고 했다.

◇"'태구민'으로 출마할 것"

그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본명인 '태영호'를 되찾고자 했다. 하지만 행정절차에 3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서 주민등록상 이름인 '태구민'으로 선거에 나서기로 했다. 태 전 공사의 실제 출생일은 1962년 7월 25일이지만, 북한 당국이 추적하지 못하도록 주민등록에는 다른 생년월일을 기재했다.

조선일보

질문하세요 - 16일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김일성이 태어난 날인 4·15 총선에서 탈북자도 자유선거로 선택될 수 있다는 것을 북 주민에게 알리겠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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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전 공사는 서울 강남갑이나 서초갑 지역구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그는 "총선이 열리는 4월 15일은 북한에선 김일성이 태어난 날"이라며 "김일성 생일에 저를 통해 대한민국은 자유선거로 국회의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 '탈북자 첫 지역구 출마' 소식을 전하기 위해 오는 19일 외신기자 회견도 계획하고 있다.

탈북자로서 '정치적 뿌리'가 약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지역에 한국당의 조직이 존재하고 있고,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 유권자 이익을 반영할 정책도 마련할 것"이라면서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국익(國益)에 가장 기여한 국회의원이란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北 눈치나 보는 정의롭지 못한 평화"

태 전 공사는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을 겨냥해 "우리가 북한에 정성을 다하면 핵(核)도 포기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문제"라며 "이것은 비핵화를 머리에 이고 북한 눈치나 보면서 유지하는 정의롭지 못한 평화"라고 했다. 그는 "정의로운 평화란 우리가 주동적으로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대해 "월급 줄 때도 김정은 사무실에 현금 박스를 직송하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직접 주어야 정의로운 것"이라고 했고, 최근 북한 개별 관광 논란을 두고서는 "비자 받아서 북한 관광 가자는 것은 우리가 먼저 영구분단으로 가자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이후 가장 높은 직위의 탈북자인 태 전 공사는 현재 경찰 4명의 경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망명한 이후 북한뿐만 아니라 종북 성향 시민단체들의 지속적 협박에 시달려왔다. 2018년 북한 김정은 서울 방문을 목적으로 결성된 '백두수호대'는 태 전 공사에게 "민족 배신자 최후가 어떤지 알 것"이라는 위협성 메일을 보냈다. 사무실에 "강연·방송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취지의 전화가 오는가 하면 '태영호 겁에 질리게 만들기'가 활동 목표인 단체까지 등장했다. 이날 신변 안전 우려가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태 전 공사는 "대한민국 정부를 믿는다"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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