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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치협 회장에 도전장 낸 4인 “동네 치과 경영난 타개”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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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들여다보니

국민의 구강 건강은 치과 의사의 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치과 의사는 총 2만2000여 명. 이들의 집합체인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는 100년간 국민의 구강 보건 향상과 치과 의사의 권익 보호에 힘써 왔다. 그런데 최근 보조인력난과 떨어지는 진료 수가에 동네 치과가 몸살을 앓는다. 결국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치협은 제31대 회장 선거를 치른다. 다음달 10일 새 회장이 선출된다. 후보 4명의 공약을 조명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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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직전 선거 때 도입한 직선제로 진행한다. 치과 의사 모두 유권자다. 기존 대의원에 한정된 간선제 방식이 ‘룸살롱 선거’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접대 관행이 생기면서 여론의 철퇴를 맞은 탓이다. 올해 유권자는 1만6500명을 웃돌 전망이다. 개표는 우편과 SMS(단문 문자메시지) 투표 방식을 통해 3월 10일 진행한다. 개표 결과 후보자 1위의 득표수가 과반에 이르지 못하면 상위 득표자 2명을 놓고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결선 투표가 이어진다.

보조인력난 해소 방안은 4색

이번에 출마한 후보는 박영섭·장영준·김철수·이상훈(기호 순) 등 4명이다. 이들은 공통으로 ‘동네 치과의 경영난 타개’를 최우선 공약으로 삼았다. 우선 보조인력난부터 해소하겠다는 의지다. 치과계는 국내엔 치과에 특화된 전문 보조인력이 없다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해 왔다.

박영섭 후보는 ‘치과 전담 조무사 제도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장영준 후보는 치과 보조인력의 업무 영역을 확대하는 내용의 ‘치과 전담 간호조무사’ 제도 시행을, 김철수 후보도 치과 진료 보조인력 확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상훈 후보는 ‘보조인력 문제 해결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한국형 덴탈 어시스턴트’(가칭)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의 구상에 따르면 치과 전문 간호학원을 설립해 치과 진료보조사를 12주간의 속성 교육으로 양성해 이들에게 석션, 기구 소독, 재료 관리 등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개원가의 수익 보전을 위한 공약도 나왔다. 박 후보는 근관치료(손상된 치수 치료법)와 발치 시술의 보험수가 인상, 기존 보험 치료의 급여 확대를 통해 건강보험 진료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박 후보는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장 후보는 “현재 치과 의원당 월평균 보험 청구액을 2000만원까지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도 건강보험 적정 수가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후보는 건강보험 급여가 되는 임플란트 개수를 4개까지 늘려 개원가 수익 증대를 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선거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 중 하나는 바로 ‘회장의 상근 여부’다. 치협의 정관 제17조의2(임원의 겸직 금지)에 따르면 회장으로 당선된 회원은 확정된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다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 회장에 당선되면 협회에 상근하면서 기존에 운영해 온 치과를 임기 3년 동안 운영할 수 없다. 치과 문을 닫거나 다른 의사에게 넘겨야 한다. 이는 협회 업무에만 ‘올인’해 달라는 취지로 2007년 정관에 신설됐다. 그간 회장 4명이 이 정관을 따라야 했다.

회장 상근제 존폐 놓고 공방

그런데 최근 현직 회장인 김철수 회장이 이 정관을 어겼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회장은 다른 치과 의사의 명의로 운영 중인 치과에서 진료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치과는 김 회장이 당선 전까지 30년가량 운영해 오던 곳으로, 당선 이후 명의가 변경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지난 1월 보도자료를 내고 “환자 중 사후관리가 필요하거나 여러 사유로 본인을 특정해 진료받기 원하는 경우 현실적으로 거절하기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결코 정관에 명시된 겸직 의무를 위배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회장의 상근 여부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린다. 우선 반대하는 입장의 대표 주자가 이번에 1번 후보로 나선 박영섭 후보다. 급기야 박 후보는 ‘회장의 상근제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관을 개정해서라도 회장이 협회에 상시 출근하는 의무감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것이다. 회장은 치과 의사로서 환자는 계속 진료하면서 월 1500만원에 달하는 상근제 급여를 포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아낀 급여는 홍보이사의 대국민 구강 건강 상식 캠페인, 보험이사의 건강보험 적정 수가 책정 사업 등 상근직 임원의 주력 사업에 투자한다는 것.

반면에 회장 상근제를 찬성하는 입장은 회장이 본연의 협회 업무에만 충실하도록 원한다. 이는 경영난에 시달리는 다수의 치과 의사를 위해 집중해도 모자라다는 시각 때문이다. 치과계 한 관계자는 “최근 보도된 회장 겸직 의혹은 평소 준법과 질서를 강조해 온 김 회장이 협회 정관의 겸직 금지 조항을 어긴 ‘내로남불’ 사례”라며 “상근제와 겸직 금지는 유지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으로 3주 남짓이면 새 치과 의사의 수장이 가려진다. 국민은 질 좋은 치과 의료 서비스를, 치협 회원은 경영난 타개를 지지해 줄 회장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회장의 ‘윤리 도덕성’은 국민과 협회 회원이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기본 자질이라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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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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