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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칼럼] 대형마트 실업대란 오면…롯데·이마트 책임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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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칼럼]

CBS노컷뉴스 김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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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롯데백화점 전경(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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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결국 손을 들었다.

"수익이 안 나는 사업은 다 접는다"고 선언한 신 회장은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매장 200곳의 문을 닫겠다고 밝혔다.

롯데 그룹이 백화점과 아울렛, 마트, 슈퍼 등 718개 가운데 200곳을 정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온라인 배송 업체들과의 경쟁에 따른 유통업의 환경 변화 때문이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8년보다(4279억원) 28.3% 감소했고 순손실은 8536억원으로 급증했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지난해 150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전년보다 67.8%나 줄어든 수치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도 사업 재편에 들어가 잡화점과 헬스케어·화장품 전문점인 '부츠'도 점포수를 절반이 넘는 18개를 폐업하기로 했다.

쿠팡과 마켓컬리, 위메프 같은 배송업체들이 대형 마트들의 영역을 파고들면서 롯데와 이마트의 입지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대형 마트들이 배송서비스를 혁신하지 못하고 기존의 타성에 젖어있는 사이 온라인 배송업체들은 변신과 혁신에 힘입어 대형마트들을 압박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을 비롯한 굴지의 유통업체 대표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접목시킨 매출 증대 방식을 찾겠지만 문제는 예전처럼 유통업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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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이 확정된 이마트 광주 상주점 전경(사진=자료사진)


2017년 기준 전국 유통업 종사자 317만 명이 '실업의 칼바람' 앞에 놓인다는 것이다.

고용 창출의 보고나 다름없는 유통업마저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과는 별개로 일자리 부문에서 큰 악재가 터진 것이다.

실업수당이 해를 거듭할수록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40대 실업자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매달 8만 명을 웃도는 현실에서 대형유통업체들의 매장 축소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그것도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택시업계가 '타다' 영업을 결사적으로 반대한 것도 일자리를 잃게 되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선을 행하는 것이 아니듯이 전문 배송업체들의 영업망 확대 또한 돈벌이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의무휴업일 등 대형마트를 규제한 취지가 전통시장을 살리는 측면보다는 쿠팡과 마켓컬리, 외국계 자본으로 무장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을 살리고 있다.

온라인 업체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대기업 대형마트에만 한정해 적용하는 낡은 규제는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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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직원들이 손님용 카트의 손잡이를 소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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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의 골목상권 황폐화를 막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을 손질할 시점이 됐다.

단순히 유통업계의 일자리 급락을 막고 온라인 유통업체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대형마트에만 족쇄를 채우는 것은 시대착오적인지도 모르겠다.

2012년 강화된 유통산업발전법으로 3000㎡ 이상 면적을 가진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제한(오전 0~10시), 의무 휴무일 지정(공휴일 중 매월 2회)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특히 배달의민족(배민)에서 보듯이 이커머스 업체들은 국내 자본으로 시작한 곳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대부분 외국계 자본으로 넘어가고 있다.

정치권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면 과거의 '대기업은 악이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는 선'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정부는 자칫 유통시장에서 외국계 업체의 덩치만 키워주는 결과를 빚는다는 우려를 점검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복합쇼핑몰의 월2회 의무휴업을 지정하는 법안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국 유통업체들의 퇴출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

이 시대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업을 잘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며, 세 번째는 수출까지 많이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이용객들이었던 50~60대들의 배송앱 가입자가 폭증하고 있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 증대와는 배치된다.

결국엔 나와 내 아들딸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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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영상 캡처/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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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배송을 비롯해 물품배송에 한번 맛을 들이면 가까운 마트도 가지 않고 침대에서 쇼핑을 하는 습관을 갖게 된다.

마트와 시장은 스마트폰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사람 냄새를 간직하고 있다.

재래시장은 더더욱 우리의 일상이 녹아있는 색다른 쇼핑과 산책 장소일 수도 있다.

앱을 통한 물품 구입보다는 마트에서 사고, 마트보다는 시장에서 물건 하나를 사는 것은 일종의 배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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