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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영 리치, 아파트보다 테라스 있는 집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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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1가에 있는 '트리마제' 아파트. 집값이 30억원 안팎에 이르고, 바로 옆에 서울숲을 끼고 있어 강북을 대표하는 고급 주택으로 꼽힌다. 20~30대 신흥 부자나 젊은 연예인이 선호한다. 실제 세계적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멤버 정국과 제이홉 등 내로라하는 이른바 '영 리치(young rich·젊은 자산가)'가 많이 살고 있다.

최근 영 리치가 고급 주택 시장 판도를 좌우하는 핵심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고급 주택을 분양하는 A사 관계자는 "최근 짓는 최고급 오피스텔이나 타운하우스 계약자를 보면 연예인, 유튜버, 전문직, 벤처 사업가 등 영 리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부모 재산을 물려받는 것 외에도 젊은 시절 스스로 부를 축적한 자산가들이 주택 시장에서도 큰손 노릇을 하는 것이다.

◇영 리치, 주택 시장 큰손으로 떠올라

영 리치들은 주택 선택 기준도 기존 부자들과 다르다. 특색 없이 획일적인 '성냥갑 아파트'보다 개성 있는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나만의 집'을 선호한다. 넓은 테라스나 서비스 공간, 조망권에 대한 니즈(needs)도 강하다. 상위 1~2% 부자들이 선호하는 고급 주택을 '트로피 홈(trophy home)'이라고 한다. 대다수 부동산 투자자가 서울 강남 아파트를 선망하는 것과는 다르다. 영 리치는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어도 트로피 홈으로 고급 타운하우스나 오피스텔을 추가 매입하는 경우가 있다.

조선비즈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영 리치를 겨냥해 짓는 ‘한샘 바흐하우스’ 개념도(왼쪽). 국내 최초의 수직형 단독주택 설계를 도입했다. 오른쪽 사진은 ‘한샘 바흐하우스’ 샘플하우스 내부. /랜드마크알이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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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도 영 리치를 겨냥한 주택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2018년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에서 분양한 '더라움 펜트하우스'는 모든 주택형을 복층(複層·1층을 2층처럼 만드는 것)으로 설계해 기존과 다른 차별화한 주택을 선보였다. 이 주택은 분양가가 10억~17억원이었지만 3개월 만에 계약이 완료됐다.

지난해 서울시 마포구 마포동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마포 리버뷰 나루하우스'도 인피니티 풀(pool)과 호텔식 아침 식사, 하우스키핑 서비스를 내세워 영 리치를 공략했다.

◇영 리치 겨냥한 도심형 타운하우스 선보여

영 리치를 겨냥한 타운하우스도 등장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한샘 바흐하우스'가 대표적.

과거 타운하우스는 은퇴한 장년층을 위한 집이었다. 하지만 분당 바흐하우스는 한창 돈을 벌고, 자녀도 키워야 하는 영 리치를 겨냥한 도심형 타운하우스라는 점을 내세운다. 아파트와 차별화된 설계가 적용되는 타운하우스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입지 면에선 직주근접(職住近接), 학군, 교통, 생활 인프라 접근성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이 주택이 들어서는 구미동은 지하철 분당선 오리역이 가까워 강남업무지구나 판교테크노밸리로 출퇴근하기 편리하다. 학부모 선호도가 높은 구미중학교까지 걸어서 5분 걸린다. 설계도 눈에 띈다. 1가구가 지하 1층~지상 3층 등 총 4층을 사용하는 수직형 단독주택 설계를 도입했다. 가구마다 내부에 전용 엘리베이터를 넣었다. 건물 중심부에는 높이 11m 중정(中庭·건물 안에 만든 뜰)을 만들어 집 전체로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한다. 마당·중정·옥상 등에 테라스 6개를 만들어 도심 한복판에서도 풍부한 녹지 공간을 확보했다.

최근 12·16 부동산 대책으로 15억원 이상 주택은 대출이 전면 금지됐지만 분당 바흐하우스는 이 규제를 피했다. 분당 바흐하우스 시행사인 랜드마크알이디 김준수 대표는 "선착순으로 5억원 무이자 추가 대출도 진행해 분양가의 절반 정도인 10억~12억원의 자기 자금만 있으면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 최초 수직형 단독주택이어서 나만의 집을 원하는 영 리치의 관심이 높다"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집이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이 되면서 타운하우스 시장도 이에 맞춰 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부유층 수요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도심 속 고급 타운하우스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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