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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사모펀드 '라임' 보고 놀란 가슴 '알펜루트' 보고도 놀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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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돈 1조6000억여원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라임 사태'가 진행 중인 가운데, 또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인 알펜루트자산운용이 최대 1800억원에 대한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이를 놓고 금융권 시각은 엇갈린다. 라임 사태를 겪은 투자자들이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 보고 놀라듯' 과잉 반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유동성(자금 흐름) 리스크가 있는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펀드 런(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라임 사태 한창인데… 알펜루트도 "최대 1800억 환매 중단"

알펜루트는 일단 3개 펀드(1108억원 규모)에 대한 환매를 연기하겠다고 28일 밝혔다. 개방형 펀드로 팔아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투자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장은 돌려주기 어렵다고 선언한 것이다. 알펜루트는 또 "23개 개방형 펀드는 시장 상황에 따라 환매 연기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 펀드들까지 환매가 늦춰지면 묶이는 고객 돈은 최대 1817억원에 달한다.

2016년 7월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이 회사는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마켓컬리, 파킹클라우드 등 유망한 비상장사에 투자해 주목을 받았다. 전체 운용 자산은 2016년 말 352억원에서 지난 22일 기준 1조원 가까운 규모(9097억원)로 늘었다. 주로 증권사 PB(프라이빗 뱅커)를 통해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펀드를 판매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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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가 불거진 계기는 증권사들이 알펜루트에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려고 나선 것이다. 미래에셋대우, 한투증권 등은 이 회사와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맺어 460억원을 펀드 투자 대금으로 쓸 수 있도록 빌려줬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만기가 연장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갑자기 증권사들이 돈을 빼기로 결정했고, 그에 따라 시장에는 불안 심리가 퍼졌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까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결국 운용사가 환매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증권사들이 잘나가던 운용사에 빌려준 돈을 갑자기 빼기로 한 까닭은 '라임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라임과 알펜루트는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메자닌·비상장사 주식 등)에 투자한 펀드를 주로 개방형으로 판매했다. 쉽게 사고팔 수 없는 자산을 펀드에 담았는데도, 고객이 돈을 빼달라고 하면 언제든 주겠다고 무리하게 약속한 셈이다. 그래서 증권사들이 유동성 리스크를 피하고자 선제적으로 자금 회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과잉 반응' vs '대규모 펀드런 전초'

일각에서는 이번 환매 중단이 '제2의 라임 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과도한 우려라는 관측이 많다. 알펜루트는 "개방형 펀드에 (라임 사태로 문제가 된) 메자닌 자산을 7% 정도만 보유하고 있고, 무역금융이나 부동산 금융 등 상품은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고 했다. 펀드에 담긴 자산을 비공개한 라임과 달리, 알펜루트 측은 주요 투자 자산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라임 사태 발발 이후 알펜루트를 포함해 라임과 비슷한 구조의 펀드 운용사를 일제 점검한 바 있다. 당시 알펜루트에 뚜렷한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무리 건전한 운용사라도 펀드런이 일어나면 견디기 어렵다. 특히 이번 환매 중단의 방아쇠가 된 증권사들의 대출금 회수가 계속될지 여부가 변수다.

금융 당국은 멀쩡한 펀드가 급격한 자금 회수 때문에 부실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돈 많이 버는 직장인이라도 갑자기 주택담보대출금 전액을 갚으라고 요구받으면 '당장은 못 갚는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증권사들의 자금 회수 움직임에 대해 "정상적인 펀드에까지 투자자 환매 요구를 확산시키고, 펀드 투자 대상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면서 "시장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금감원도 이날 TRS 계약을 체결한 증권사 임원들과 회의를 갖고 펀드의 자산 부실 등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면 계약 조기 종료 등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사실상 증권사들의 TRS 자금 회수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다.




신수지 기자;이기훈 기자(m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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