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연초 증시 달궜던 중국 관련株, 제일 먼저 식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설 연휴 동안 '우한 폐렴' 사태가 중국에서 크게 확산되자, 작년 말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에 펼쳐지던 '산타랠리'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투자자들은 지난 2003년 전 세계를 강타한 '사스' 사태를 떠올리며, 우한 폐렴이 '제2의 사스 사태' 혹은 최악의 경우 그 이상의 상황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극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팔아 치우고 있다.

조선비즈

28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코스닥 지수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우한 폐렴’ 사태의 여파로 전 거래일 대비 3.09% 하락한 2176.72에 마감됐다. 코스닥도 이날 3.04% 하락한 664.70을 기록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설 연휴로 5일 만에 개장한 국내 주식시장도 28일 폭락했다. 코스피는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대거 주식을 팔아 치우면서 전 거래일 대비 3.09% 급락한 2176.72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뉴욕증시 급락 영향으로 지수가 4.44%나 폭락했던 2018년 10월 11일 이후 1년 3개월여 만에 가장 많이 하락한 것이다. 코스닥도 이날 3.04% 하락한 664.70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확산일로에 있는 '우한 폐렴' 사태로 인해 국내 증시가 적어도 1~2개월가량은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여행·유통·중국 소비주 타격…마스크·손세정제 등은 급등

이번 사태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업종은 여행, 유통, 중국 소비주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여행 수요가 줄고, 많은 사람이 몰리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을 피하고, 발병지인 중국의 소비 심리 위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종목을 살펴보면 '호텔·레저' 업종에 속하는 하나투어(-17.3%)와 모두투어(-16.2%), 호텔신라(-15.5%), 롯데관광개발(-11.3%) 등은 우한 폐렴 사태가 심화된 지난 20일 종가 대비 주가가 급락했다.

소매(유통) 업종인 롯데쇼핑과 이마트, 롯데하이마트, 신세계 등도 같은 기간 5~10%의 낙폭을 기록했고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같은 대표적인 중국 소비주도 각각 13.6%, 9.7% 하락했다. 연초 강세장을 이끌던 IT(정보기술)주도 '우한 쇼크'를 비켜가지 못했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주가가 급등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20일 이후로는 각각 5.8%, 3.6% 떨어졌다. 메리츠종금증권 하인환 연구원은 "우한 폐렴 사태로 전망이 밝고 실적이 견고한 IT주들도 덩달아 주가가 빠졌는데, 이 점은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한 폐렴으로 수혜를 보는 종목들도 있다. 감염 예방에 필요한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우한 폐렴 확진에 필요한 진단시약 수요가 늘어나면서 우한 폐렴 사태가 심화할수록 관련 종목 주가가 우상향하고 있다. 마스크 업체인 케이엠과 오공, 손세정제 업체인 승일, 우한 폐렴 진단시약 업체인 바디텍메드 등은 지난 20일 이후 주가가 50~60%대 급등세를 보였다. 생필품 구매 수요는 여전한데 사람들이 대형 오프라인 유통매장을 꺼리다 보니 이를 대체하기 위한 곳으로 동네 편의점이 각광받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주인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은 각각 같은 기간 3.4%, 0.6% 주가가 상승했다.

◇메르스보다는 사스 때와 비슷할 듯

우한 폐렴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전문가들은 과거 비슷했던 사례와 비교하며 시장 상황을 예측하고 있다. 우한 폐렴처럼 국제적인 전염병 발병으로 시장이 충격을 받았던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를 떠올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 감염자가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 등에서 시장 상황이 메르스 때보다는 사스 때와 더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스는 치사율이 높았지만 사스·우한 폐렴과 비교해 감염자 수가 훨씬 적었고, 2개월 정도 만에 진화됐다는 점에서 우한 폐렴·사스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네덜란드 정책분석국(CPB)에 따르면 사스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한 지난 2002년 11월 당시 세계 교역량은 전년 동기 대비 8.3%의 증가율을 보였는데, 사스 전염이 마무리될 시점인 2003년 8월에는 2.8%까지 둔화됐다. 세계 산업생산 증가율도 같은 기간 4.4%에서 2.5%로 2%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사스 충격으로 중국 경제는 2003년 2분기 성장률이 전분기(11.1%)보다 2%포인트 낮은 9.1%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2003년 1~2분기 성장률이 둔화되는 등 타격을 입었다. 코스피 지수는 2003년 들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해 2002년 말 고점 대비 3개월 만에 30%가량 하락했다.

◇사태 진정 소식 전까지는 하락 압력

우한 폐렴 사태가 심화되기 시작한 지난 20일 이후 4거래일 만에 코스피가 4% 가까이 하락하는 등 국내 주식시장 상황은 사스 사태 초반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춘제 연휴 기간을 연장하며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우한 폐렴 확산 속도가 얼마나 둔화되는지 여부가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 판세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지금 단계는 시장에 공포감만 있고, 이를 완화시켜줄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어서 불확실성만 증폭되는 상태"라며 "사스 때는 확산 속도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4~5개월간 공포 장세가 연출됐는데 우한 폐렴도 확진자 수가 진정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올 때까지는 계속해서 증시가 하락 압력을 받다가 '좋은 뉴스'가 나오면 V자형 반등을 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oasis@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