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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우한 간적 없는 일본·독일·대만인 첫 확진…지역 내 감염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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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버스기사, 우한 관광객 태워

후생성, 무증상 감염 가능성 주목

독일인, 중국인 동료 만난 뒤 감염

중국 동료는 우한서 온 부모 만나

중국 환자 4630명, 사망자 106명

홍콩, 중국 왕래 열차·여객선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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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상공에서 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한커우 중산로 일대. 지나는 차량 한 대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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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武漢)을 방문한 적이 없는데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들이 28일 일본과 독일, 대만에서 나타났다. 이는 중국 바깥에서 발생한 2차 감염이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라 국제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날 “일본 국내에서 감염자 세 명이 새롭게 발생했으며, 이 중 한 명은 우한에 간 적이 없는 나라현의 60대 남성 버스운전기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일본인 남성은 1월에 두 차례(8~11일, 12~16일)에 걸쳐 우한에서 온 여행객을 태운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지난 14일 기침 등의 증상을 호소해 17일 나라현의 의료기관에서 진찰을 받았지만 검사 결과 이상이 없었다. 이후 남성은 18~22일 사이 다롄(大連)에서 온 여행객을 태우고 운전했다. 이후 22일 관절통과 기침이 심해져 25일 병원에 입원했고, 검사 결과 28일 감염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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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베이성과 인접한 후난성 위에 양시 검문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출입객의 체온을 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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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노동성 관계자는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버스운전기사의 가족 2명은 증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례에서 정확한 감염원이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일본 내에서도 사람간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내 접촉을 통한 감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 버스운전기사가 몰던 버스에 탔던 여행객 가운데 뚜렷한 의심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후생노동성은 증상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일본인 감염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에서도 국내 접촉을 통한 감염자 발생이 확인됐다. 이날 슈피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슈토크도르프의 자동차 장비업체 베바스토의 남성 직원 한 명이 전날 밤 우한 폐렴으로 확진받았다. 33세의 이 남성은 지난 19일 중국 상하이에서 출장차 입국했던 중국인 여성 동료에 의해 감염됐다. 이들은 교육 프로그램에서 같은 조로 움직였다. 중국인 여성 동료는 그때까지만 해도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았지만 23일 귀국길 항공기에서 증상이 나타났고, 중국에서 감염이 확인됐다. 이 여성은 독일 방문에 앞서 중국에서 우한에서 온 부모를 만났다. 독일의 보건당국은 확진자와 접촉한 가족, 직원 등 40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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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신화사 기자가 촬영한 우한 중난의원 격리병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서로 식별하기 위해 등에 이름을 적었다. [중국 신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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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보건당국은 28일 가정 내 감염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우한을 다녀온 대만 여성의 50대 남편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 남성은 폐렴 증상은 보이지 않고 있으며 현재 격리 치료 중이라고 NHK는 전했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27일 브리핑에서 “해외에서 2차 감염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한 땅을 밟지 않았는데도 감염되는 해외 2차 감염이 속속 확인되면서 우한 폐렴의 통제가 더 어려워졌다는 두려움을 낳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에서도 지역사회 내 전파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감염자와 접촉했던 이들 일부에서 발병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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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한슈 극장 외벽에 설치된 ‘우한 힘내라’ 조명. [중국 신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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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은 우한 폐렴을 차단하기 위한 사투를 계속하고 있지만 바이러스는 오히려 폭발적인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28일 발표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확진 환자는 전날보다 1874명 늘어난 4618명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도 27일 하루에만 26명 발생해 106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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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베이성 주민의 접근을 막기 위해 중국 다른 지역에선 총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긴 데는 우한을 중심으로 한 후베이(湖北)성에서 24명의 사망자를 낸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사망자는 지난 11일 첫 발생한 이후 24일부터는 두 자릿수 증가세다. 이 때문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총궐기 선언’을 내놓으며 전면전을 지시했지만 현장에선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계속된다. 중국 곳곳에선 감염의 공포 속에 우한과 후베이성 주민들을 막는 모습이 등장했다. 마을 입구에 소총으로 보이는 무기를 든 주민이 서 있는가 하면, 후베이성과 통하는 터널을 중장비를 동원해 흙을 쌓아 차단하는 모습도 나왔다. 우한에선 의료진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듯 괴성을 지르는 동영상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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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베이성 주민의 접근을 막기 위해 후베이성과 연결되는 터널을 막는 풍경도 연출됐다. [빈과일보 캡처=연합뉴스]


우한 폐렴 공포는 중국 바깥에서도 퍼지고 있다. 홍콩의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이날 중국 본토를 오가는 열차 운행과 여객선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장에 마스크를 쓰고 나온 람 장관은 홍콩~중국 간 항공기 운항 대수도 절반으로 줄인다고 알렸다. 홍콩 당국은 또 중국 본토에서 오는 개인 여행객들의 입국도 거부하기로 했다. 지난 23일 우한에서 온 중국인 관광객 464명을 공항에서 모두 송환했던 필리핀 정부는 28일엔 중국인들에 대한 도착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앞서 27일 말레이시아 정부는 우한시와 후베이성에서 오는 중국인의 입국을 일시 금지했다. 말레이시아 총리실은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과 마카오도 후베이성 주민들의 입국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도 27일(현지시간) 중국 전역에 대해 “여행을 재고하라”고 여행 경보를 상향했다. 종전 2단계 ‘주의 확대’에서 3단계 ‘여행 재고’로 한 단계 높였다. 이는 최종 4단계인 ‘여행 금지(Do not travel)’의 직전 단계다. 미국 질병통제센터도 “비필수적인 모든 중국 여행을 피하라”며 여행자 건강 경보를 상향 조정했다.

베이징·도쿄=유상철·서승욱 특파원, 김상진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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