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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평택 확진자, 첫 진료 때 콧물·몸살…신고기준 안돼 돌려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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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지역사회 전파 우려 확산]

20일 입국 다음날 병원 찾았지만

‘우한 방문’ 부인에 알고도 손 못써

집 머물다 25일 같은 병원 재방문

그제야 우한 방문 밝혀 26일 격리

전문가 “호흡기 증상 범위 넓혀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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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입국할 당시에는 증상이 없었으나 거주 지역으로 돌아간 뒤 잇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는가 하면, 이런 환자들이 병원·대중교통 등을 이용하면서 접촉한 사람이 많게는 확진자 한명당 170명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에 신고해야 할 대상자를 정하는 호흡기 증상 범위를 종전보다 넓히는 등 보완 조처가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2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네번째 확진 환자는 지난 5일 혼자 관광 목적으로 중국 우한에 갔다 20일 대한항공 직항편(KE882)을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검역 과정에서 발열은 감지되지 않았으며, 건강상태 질문서에도 증상이 없다고 표시했다. 공항을 나와 공항버스(8834번)를 타고 경기도 평택 송탄터미널을 거쳐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 다음날, 콧물과 몸살 기운으로 평택 소재 병원(365연합의원)을 찾았다. 당시 병원은 전산시스템으로 환자가 우한에 다녀왔음을 확인해 사실 여부를 물었으나, 환자에게서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게 병원 쪽 설명이다. 이후 22일부터 24일까지 집에만 머무르다 25일 발열과 근육통으로 다시 365연합의원을 찾은 뒤 우한 방문 이력을 밝혀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됐다. 이튿날 근육통이 악화되면서 보건소 선별진료소 진단을 거쳐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진 뒤 2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환자와 접촉한 172명 가운데 밀접 접촉자는 95명으로 같이 진료를 받은 환자와 의료진, 약국 근무자 29명, 항공기 탑승객과 공항 직원 35명, 국내 교통수단 동승자 28명, 가족 3명 등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밀접 접촉자 분류 기준에 대해 “비말(침·콧물)을 통한 전파가 주된 경로라고 판단해 확진 환자의 동선을 기반으로 환자가 접촉 당시 마스크를 썼는지, 노출 정도·시간은 어느 정도였는지에 따라 역학조사관 판단으로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밀접 접촉자는 감염병관리법에 따라 자가격리되며, 보건소 담당자가 하루 두번 발열 여부와 증상 등을 살핀다. 일상 접촉자에 대해선 보건소 담당자가 건강상태를 매일 확인하는 능동감시가 진행된다.

병원이 환자가 우한을 다녀왔음을 알고서도 보건당국에 곧바로 신고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아쉽고 적절하지 않았다”면서도 환자가 첫 진료를 받았을 당시(21일) 상황은 보건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사례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은경 본부장은 “의무기록상 발열(37.5도 이상)이 없었고 호흡기 증상도 없었으므로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며 “우한 방문 뒤 25일 발열·근육통 증상을 보여 28일 이전 사례 정의 기준에 따라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된 것”이라고 말했다.

28일부터 사례 정의 기준이 바뀌어, 후베이성을 다녀온 사람 가운데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중 하나라도 확인되면 보건당국에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기준에 따르더라도, 네번째 환자가 처음 병원을 찾았을 당시 건강상태(콧물·몸살)는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는 콧물을 주요 호흡기 증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사례 정의상 호흡기 증상에 대해, “이번 감염증의 특징적 증상으로 기침, 특히 가래가 별로 없는 마른기침과 인후통, 숨가쁨, 호흡곤란 등이 주로 나타나 이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갑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감염내과)는 “감염 환자가 경증일 경우 등 일말의 가능성에 대비해 사례 정의에서 가래·콧물·인후통·흉통 등 모든 호흡기 증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두번째 확진 환자인 55살 한국인 남성은 중국 우한에서 근무하다 22일 국내 입국 검역 과정에서 37.8도의 열과 인후통이 확인돼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됐다. 이 환자의 경우 공항에서 곧바로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옮겨져 검사 대상자가 되지 않은 데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호흡기 증상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28일부터 사례 정의가 바뀌면서 인후통 역시 호흡기 증상 중 하나로 표기됐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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