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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혐오로 번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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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ㆍ정치인 혐오 조장ㆍ악용
한국일보

'우한 폐렴'이 확산되면서 국내에서 중국 불매를 의미하는 '노 차이나' 포스터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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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집단발병해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 공포가 중국 혐오로 번지고 있다. 국내에서 네번째 확진 환자까지 나오는 등 불안감을 틈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전달되면서 혐오가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의 특정인이나 집단을 향한 혐오가 감염병을 매개로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인데, 이를 악용하고 조장한다는 점에서 일부 정치인과 언론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28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원에는 53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이 청원이 올라온 것은 지난 23일로 닷새만에 50만을 훌쩍 넘겼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죽기 싫습니다’, ‘받기 싫습니다’는 문구로 ‘노 재팬(No Japan)’ 포스터를 패러디한 ‘노 차이나(No China)’ 포스터까지 등장했다. 감염병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중국에 대한 혐오로 급속히 번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 대한 반감은 일부 언론이 조장하는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우한 폐렴’의 명칭을 새로 발병되는 병명과 병의 원인체를 명명할 때 지리적 위치 등을 배제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명명 원칙에 따라 공식 명칭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019’로 정정했지만, 일부 언론들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명칭을 정정했다’고 보도했다. 한 방송사는 지난 26일 사회관계망(SNS)에 ‘미세먼지에 이제 코로나까지 수출하는 중국’이라고 적시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도 도가 지나친 수준이다. 자유한국당의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경욱, 조경태 의원은 연일 “중국인 관광객 입국을 금지시키자”며 정치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 23일 WHO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관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단계가 아니라며 “여행과 무역에 관해 어떤 국경선 제한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무시한 채 현 정부 비판을 위해 ‘중국 혐오’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민경욱 의원은 “중국인이 무상 치료를 받기 위해 폐렴 발병을 숨기고 국내에 입국한다”는 근거 없는 가짜 뉴스까지 퍼트리며 혐오를 조장했다.

이런 혐오 분위기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등 특정 사건 때마다 등장하는 등 고질적이라는 점에서 각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 환자가 나온 병원들의 의료진과 환자들은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됐다. 또 온라인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 개설된 ‘메르스 갤러리’에는 홍콩행 비행기에서 메르스 감염 증상을 보인 한국 여성들이 격리 조치를 거부했다는 낭설이 퍼지면서 뜬금없이 여성 혐오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류진희 원광대 HK+동북아다이멘션연구단 연구교수(문화연구가)는 “과거부터 전염병이 돌면 그 사회에서 오랫동안 혐오 대상이던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공격의 화살이 돌아갔다”며 “2015년에는 그 대상이 여성이었다면 현재는 조선족과 중국에 대한 혐오로 발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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