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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9년간 무허가 배짱 영업한 동해 펜션…피해 보상은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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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5일 오후 7시 46분께 강원 동해시 토바펜션에서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경상을 입는 피해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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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인 지난 25일 발생한 강원도 동해시 토바펜션 가스폭발 사고의 원인은 불법 영업과 안전불감증, 당국의 감독 소홀 등이 빚은 인재로 드러났다. 일가족 6명이 사망하는 등 총 9명의 사상자가 나왔지만 무허가 펜션인 탓에 피해 보상을 받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해당 펜션은 50여년 전인 1968년 냉동공장으로 세워졌다가 1999년 2층 일부를 다가구주택으로 변경했다. 2011년부터 펜션 영업을 시작했으나 동해시에 영업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1층은 횟집, 2층은 펜션으로 운영된 이곳은 건축물대장에도 ‘근린생활시설 및 다가구주택’으로 나와 있다. 무늬만 펜션인 채 9년 동안 배짱영업을 해왔던 셈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무등록 숙박업소에서 일어난 사고는 보상을 받기 쉽지 않다.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사가 무허가 펜션 운영을 알지 못했다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 전문 임용수 변호사는 “화재 보험 약관이나 청약 조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무등록 숙박업 운영은 현저한 위험의 증가가 있는 경우로 볼 수 있다”며 “이를 숨기고 보험에 가입했다면 계약 전 알려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보험사가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사 소송 이겨도 휴짓조각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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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시 토바펜션 가스폭발 현장. 빨간색 동그라미 안이 조리시설을 인덕션으로 교체 후 남아있던 LPG 배관이지만 마감 플러그는 보이지 않는다. [김규환 국회의원실 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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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 펜션 주인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펜션 건물주의 불법 행위가 인정된다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경찰은 펜션 건물주가 전문 업체를 통하지 않은 채 직접 가스레인지 시설을 철거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 과정에서 객실 내 가스 배관 막음 장치를 부실하게 시공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문제는 소송에서 이겨도 건물주가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장슬기(법률사무소 보상과배상) 변호사는 “실질적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국가에서 대신 보상해주는 제도는 없다”며 “판결문이 휴짓조각이나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에 펜션 주인의 재산에 대해 미리 가압류를 신청하는 보전 조치를 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숙박업소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



이번 동해 펜션 사고의 경우 국가배상 청구 소송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11월 초 소방당국은 건물 2층이 펜션으로 불법 사용되는 것을 확인하고 한 달 뒤 동해시에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동해시는 건축주나 세입자가 내부 확인을 거부하면 강제 점검이 이뤄질 수 없다는 한계를 이유로 이번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문제점을 알게 됐다. 임 변호사는 “동해시는 바로 영업 정지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 미연에 사고를 방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보인다”며 “이를 방치했다면 시를 상대로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숙박공유 사이트를 통해 불법 숙박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정부나 지자체는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정부의 단속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손님들도 숙박업소로 정상 등록된 곳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장 변호사는 “숙박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소방 안전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그래야 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다”며 “해당 구청에 확인하면 숙박업소 등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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