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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700억원대 외화 불법 반출…면세점 직원이 복대 차고 보안구역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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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검, 총책 10명 구속기소…48명 불구속·약식기소

불법자금과 해외 가상화폐 구입자금 여행경비로 허위 신고

아시아경제

실리콘을 주입해 특수 제작한 복대 [사진=인천지검]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불법 자금이나 해외 가상화폐 구입 자금 등을 여행 경비로 허위 신고하는 수법으로 1700억원대 외화를 해외로 불법 반출한 10개 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면세점 직원과 시중은행 부지점장이 돈을 받고 범행에 동원되기도 했다.


인천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양건수)는 28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10개 조직을 적발해 A(23)씨 등 총책 10명을 구속 기소하고, B(34)씨 등 공범 48명을 불구속 기소 또는 약식기소했다.


적발된 10개 조직은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1733억원 상당의 외화를 일본이나 중국 등 해외 6개 국가로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환치기' 자금, 밀수금, 범죄수익금 등 불법자금이나 해외 가상화폐 구입 자금 등을 여행 경비로 세관 당국에 허위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내국인이 외화를 해외로 반출하려면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한국은행장 등에게 사전에 신고하고 관련 증빙서류를 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조직은 여행경비의 경우 상한액에 제한이 없고 증빙서류가 필요없다는 제도상 허점을 노렸다. 반출조직은 건당 30만원의 수고비와 여행경비 일체를 부담하고 다수의 운반책들을 고용해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반출조직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환율우대 등 환전편의를 제공해 206억원 상당의 외화 환전을 도운 시중은행 부지점도 적발됐다.


또 평소 인천국제공항 보안 구역을 별도의 '상주직원 게이트'를 통해 출입할 수 있는 면세점 직원들도 범행에 가담했다.


외화 불법 반출 조직의 지시를 받은 모 면세점 직원 4명은 실리콘을 주입해 특수 제작한 복대에 외화를 담아 몸에 두른 뒤 보안 구역으로 이어지는 게이트를 통과하고서 운반책들에게 전달했다.


면세점 직원들은 한 번에 1억∼2억원씩 하루 최대 5억원을 운반해주고 수고비로 10만∼50만원을 받았다. 범행 기여도가 큰 면세점 직원은 외화 불법 반출 조직으로부터 무상으로 렌터카를 받기도 했다.


밀반출된 자금은 필리핀의 카지노에서 도박자금을 환전해주는 용도로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윤철민 인천지검 전문공보관은 "특수 제작한 복대는 세관당국이 손으로 보안 검색을 하더라도 실리콘의 촉감 탓에 안에 돈이 들어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하루 수차례 상주직원 게이트를 출입하는 면세점 직원들에 대해 별도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인천공항공사에 통보해 재발방지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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