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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성민, 더할 나위 없는 배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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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미스터 주 사라진 vip 이성민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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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내면과 호흡, 울림과 감정 호소로 여러 인물을 완벽히 소화해내는 배우 이성민. 그의 놀라운 변주는 시시때때로 이뤄진다. 느와르 장르에서 남다른 포커페이스로 이야기의 흐름을 휘어잡는다면 휴먼드라마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심극을 자극한다. 그런 이성민이 이번에는 한껏 뛰어다니며 국정원의 임무를 완수한다.

22일 개봉한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제작 리양필름, 이하 '미스터 주')는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이성민)가 갑작스런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 코미디다. 과거의 사연으로 동물을 혐오하던 태주는 판다 밍밍 납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군견 알리와 힘을 합쳐 악당들을 처단한다.

먼저 이성민은 영화를 본 소감으로 "영화 완성본이 어떻게 나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특수효과 등 여러 한계에 부딪히며 연기했다"면서 "보는 동안 정말 행복했고 마음이 따뜻했다"면서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미스터 주'는 코미디 영화가 아닌 가족 휴먼드라마다. 무겁지 않게 경쾌한 흐름을 보인 '미스터 주'는 따스한 소재와 감성으로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고 있다. 이를 두고 이성민은 "작정하고 코미디 장르로 갔다면 다른 결의 영화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나 역시 촬영하던 중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라는 것을 알았다. 휴먼 드라마, 가족 영화에 가까운 지점이 마음에 들었다. '미스터 주'는 휴먼 코미디 가족 영화"라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성민은 동물과의 협업을 소재로 한 작품이 욕심났었다고 밝혔다. 그는 "동물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주제의 영화들을 어릴 때 많이 접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소재다. 그런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으니까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극 중 이성민은 개 배우 알리와 남다른 티키타카와 액션 '케미스트리'로 장르적 재미를 드높인다. 두 배우의 호흡이 이야기의 관건인 만큼 인생 처음 개와 파트너 호흡에 임하기 전 이성민은 홀로 각오를 다졌다고 고백했다. 앞서 동물을 무서워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성민은 "'목격자들'에서도 개를 안는 연기를 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이번 작품 역시 준비가 조금 필요했다. 촬영 전 알리와 친해지기 위해 미리 만났다. 정작 그날 알리는 흥분해서 침을 질질 흘리고 나는 손 닦느라 바빴다"고 회상했다.

알리와 첫 만남부터 마음을 여는 과정까지 극 중 인물 주태주와 비슷했노라 말한 이성민은 "태주처럼 결벽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동물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친해지기 위해 자주 알리를 찾아가 눈을 마주치고 간식을 줬다. 어느 순간 다 내려놓으니 먼저 동물들에게 다가가게 되더라. 이제는 전혀 거부감이 없다"고 변화된 모습을 전했다. 동물과의 교감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실제로 한 인물을 성장시킨 것. 그의 진정성이 묻어나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성민에게 '미스터 주'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알리와의 호흡이 예측할 수 없기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성민은 배우들과의 연기 역시 종잡을 수 없었노라 고백했다.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정남에 대해 "알리와 같은 부류다. 별로 차이가 없다"라며 일말의 고민 없이 표현해 듣는 이들을 웃게 하기도. 이에 이성민은 "배정남은 알리보다 더 예측이 안 됐다. 김태윤 감독이 현장에서 정남이를 통제해야 했다. 김태윤 감독이 배정남 오디션을 보고는 농담처럼 '동물 한 마리 더 캐스팅했다'고 말하더라"며 비하인드를 전했다.

아울러 국정원 선후배 사이로 등장한 김서형에 대해 "사실 민 국장 역할이 캐스팅이 잘 안됐다. 하지만 김서형이 맡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민 국장은 국정원이라는 직업을 가진 여성이라는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인물인데 김서형이 독특하게 풀어내는데 재밌더라"면서 "현장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해석이 놀라웠다. 완성본을 보니 김서형이 연기를 풀어갔던 방식을 알겠더라. 평면적인 캐릭터를 날을 세워서 만들어냈다"며 극찬했다.

그런가 하면 동시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 이야기 역시 자연스럽게 나왔다.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근현대사의 가장 드라마틱한 정치적 사건을 다뤘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영화다. 10·26 사태 40일 전의 긴박한 이야기를 그렸다. 대한민국 대통령 박통, 실제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등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했다. 극 중 이성민은 박통을 연기해 극의 긴장감을 한껏 드높인다. 그 과정에서 이성민은 김규평(이병헌)과의 날선 신경전, 폭풍 전야의 촉박함 등을 자아내며 폭주하는 기관차의 면모를 완벽히 그려낸다.

이를 두고 이성민은 '남산의 부장들'에 대해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으로 참여하게 됐다. 우민호 감독이 '마약왕'을 촬영할 때 갑작스럽게 제의했다. 박통이라는 인물을 지금 안 하면 나중에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덥석 물었다"며 "그동안 (박통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배우들이 그 역할을 했는데 내가 과연 그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외형, 동작, 걸음걸이까지 새로이 만드는 재미있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성민은 최근 딸에게 전한 조언을 들려줬다. 그는 "내가 살아보니 인생이 길다. 그래서 얼마 전 대학에 합격한 딸에게 '네가 하고 싶은 것 여러가지를 다 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나는 스무 살 때부터 극단에 들어가 평생 연기만 했다. 어느 순간 안타까웠다. 한 평생 해왔기 때문에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명배우 답지 않은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이어 이성민은 "이렇게 내 인생이 풀릴 줄 몰랐다. 지난해 '공작'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제 인생에서 상상만 하는 것들을 다 경험해다. 작품에 참여한 것이 굉장히 감사했다. 지금 돌아보니 내겐 거미줄 같은 인연들이 있더라. 그중에 하나라도 틀어졌으면 지금의 내가 없더라. 여기까지 오면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 '미생'의 대사처럼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처럼 배우의 길을 걷게 된 후 많은 이들이 꿈꾸는 행보를 걸으며 '열일'을 이어가고 있는 이성민. 그에게는 이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바로 여느 누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 역시 누군가에게 좋은 인연이 돼 주는 것. 또 현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리라는 책임감이 다시 한 번 다져졌다. '미스터 주' 뿐만 아니라 '남산의 부장들', 지금 촬영 중인 '머니게임'까지 모두 책임감과 바래지 않는 열정으로 뭉쳐진 이성민. 그의 배우 인생은 더할 나위 없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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