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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슈 류현진 MLB 활약상

태극마크 희망은 당당, 류현진 맞대결은 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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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탬파베이 주전 1루수 최지만

프리미어12·올림픽 못 가 아쉬움

부정적 전망 불구 빅리그서 주전

류현진 팀 토론토와 19차례 대결

중앙일보

젊은 팀 탬파베이 레이스는 벤치 분위기가 매우 밝다. 지난 시즌 도중 ‘V’ 세리머니를 했던 최지만은 ’팀 분위기에 맞추려고 노력했다“며 이를 재현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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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국가대표가 되고 싶었죠.”

지난해 11월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 12 조별리그 쿠바전의 화제는 단연 최지만(29·탬파베이 레이스)이었다. 메이저리그(MLB) 시즌을 마치고 돌아온 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예비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쉽게도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MLB 사무국이 40인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의 출전을 막아서다. 설 연휴 직전 경기 고양시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최지만은 “(박)병호 형을 만나러 간 것”이었다고 쿠바전 당시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태극마크에 대한 애착만큼은 진짜다. 최지만은 “난 청소년 대표도 못 했다. 이루고 싶은 꿈 중 하나가 국가대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2020 도쿄올림픽 역시 MLB 선수는 출전이 어렵다. 대신 MLB가 주최하는 2021년 월드 베이스볼클래식(WBC)이 최지만에게 기회다. 그는 “3월에 열리는 대회라 캠프 기간과 겹친다. 팀 사정에 따라야겠지만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지만은 지난해 127경기에 나와 타율 0.261(410타수 107안타), 19홈런, 63타점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 안타 모두 데뷔 이후 개인 최다였다. 그는 “행복한 한 해였다. 무엇보다 다치지 않은 게 가장 기뻤다. 풀타임을 뛴 것도 좋았다”며 웃었다. 팀 성적도 좋았다. 와일드카드전을 통과한 탬파베이는 디비전시리즈(ALDS, 5전3승제)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만났다. 5차전 접전 끝에 탈락했다. 그는 “사실 은퇴할 때까지 (포스트시즌에) 못 갈 수도 있는데 만족했다. 올해도 와일드카드는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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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팀 탬파베이 레이스는 벤치 분위기가 매우 밝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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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 탬파베이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팀이다. 부자 구단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이 경쟁자다. 탬파베이 살림살이는 넉넉하지 않다. 지난해 연봉총액이 5547만6866달러(약 648억원)로, 30개 구단 중 28위였다. 전체 1위 양키스(2억1778만달러)나 2위 보스턴(2억9만달러)의 4분의 1 규모다.

탬파베이는 효율적으로 투자했고, 와일드카드(96승66패) 자격으로 가을 야구를 했다. 비싸지 않은 몸값에도 기량이 빼어난 선수에게 효율적으로 투자한 덕분이다. 최지만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그의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는 2.0이었다. MLB에서 보통 WAR 1이 700만~800만달러의 가치라고 본다. 그의 실제 몸값은 옵션 포함 125만달러(14억5000만원)다. 실제 몸값의 10배로 활약한 셈이다. 그는 “국내에선 탬파베이 굿즈를 구하기 어려워 해외 직구로 구매한다고 하더라. 더 잘해서 팀 인기를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지만은 2009년 인천 동산고를 졸업하고 시애틀 매리너스로 직행했다. 당시 국내에선 상위 지명 후보였지만, 미국행에 대한 평가는 박했다. ‘경험이나 쌓으면서 영어 공부하려는 거 아니냐’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오기가 생겼다. 그는 “나도 처음부터 ‘꼭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쟤는 계약금 다 쓰고 금방 돌아올 거야’라는 시선에 화났다. 그래서 아예 계약금(42만5000달러)도 어머니께 모두 드렸다”고 말했다.

마이너리거 생활은 보통 ‘눈물 젖은 햄버거’라고 표현한다. 10시간 넘는 긴 버스 이동, 빅리그와는 비교할 수 없게 열악한 처우 때문이다. 최지만도 초창기엔 월급 60만원으로 버텼다. 그는 “야구에만 집중하면 돈 쓸 일 없으니까 부족하진 않다. 다만 기회가 오지 않아 초조했다”고 회상했다. 여러 부상도 그를 괴롭혔다. 그는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아무리 영어를 배워도 한국인의 ‘정’ 같은 걸 느낄 수 없어 집이 그리웠다. ‘이겨내자’보다 ‘참자’로 버텼다”고 말했다. 미혼인 그는 “외로움이 제일 힘들다. 지난해 끝내기 안타 친 날도 경기장에선 기분 좋았는데 집에 돌아가 꺼진 불을 보니 허무했다”고 말했다.

최지만은 팬 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하다. 그는 “마이너리거 시절 꼬마 팬에게 공을 선물했는데, 고맙다는 편지를 받았다. 내겐 흔한 일이지만, 팬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열심히 한다”고 소개했다. 마이너리거 때부터 이어온 기부활동에 대해선 “돈이 있든 없든 좋은 일을 하자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탬파베이는 같은 지구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19차례 맞대결한다. 동산고 선배인 토론토 류현진과 첫 투타 대결도 피할 수 없다. 최지만은 “솔직히 내게는 다른 투수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팬들은 (맞대결을 보며) 즐거워하시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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