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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NBA 동료에게 슈퍼스타 이상의 존재 코비 브라이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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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노컷뉴스

둘째 딸 지안나를 안고있는 코비 브라이언트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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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당신이 제게 줄 숙제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스에서 온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야니스 아데토쿤포(밀워키 벅스)는 2017년 여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은퇴한 레전드 코비 브라이언트에게 수줍게 메시지를 건넸다.

'코비의 챌린지(challenge)'에 도전장을 건넨 것이다.

당시 코비 브라이언트는 자신이 아끼는 현역 선수들에게 짧고 굵은 메시지로 '숙제'를 전하고 있었다. 개인이 도전할만한 목표를 제시해 동기부여를 주겠다는 의도였다.

어린 시절부터 코비 브라이언트를 역할 모델로 삼았던 아데토쿤포도 코비의 도전을 받고 싶었다. 코비는 응답했다. 2017년 8월 코비 브라이언트는 SNS를 통해 아데토쿤포에게 세 글자를 건넸다.

그것은 바로 MVP였다.

코비의 도전을 받은 아데토쿤포는 2017-2018시즌 평균 26.9득점, 10.0리바운드, 4.8어시스트를 올리며 MVP를 받아도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MVP는 제임스 하든(휴스턴)의 몫이었고 아데토쿤포는 투표에서 6위에 머물렀다.

MVP 도전에 실패한 아데토쿤포는 2018년 여름 코비 브라이언트를 찾아가 함께 훈련했다. 그리고 한 단계 더 성장했다. 2018-2019시즌 평균 27.7득점, 12.5리바운드, 5.9어시스트를 기록해 마침내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아데토쿤포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은퇴 투어를 다닌 2016년 2월 밀워키 홈경기에서 그와 오랜 시간 대화할 기회를 잡았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원정경기가 끝난 뒤 제이슨 키드 전 밀워키 감독의 사무실에서 아데토쿤포를 기다렸고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위대한 선수가 되고 싶다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고 목표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처럼 코비 브라이언트는 아데토쿤포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그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안타까운 헬리콥터 사고로 세상을 떠난 27일(한국시간) 자신의 SNS 계정을 닫는 것으로 슬픔을 표현했다.

브루클린 네츠의 가드 스펜서 딘위디는 미국 LA 출신이다. 그가 3살이었을 때 코비 브라이언트는 LA 레이커스에서 데뷔했다. 농구를 좋아했던 딘위디에게 코비 브라이언트는 늘 특별했고 닮고 싶은 역할 모델이었다.

딘위디는 뉴욕 닉스와의 경기를 마치고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렸다.

딘위디는 무명 시절이 길었다. 콜로라도 대학 출신의 딘위디는 2014년 2라운드 지명을 받고 NBA 무대에 입성했다. 데뷔 후 세 시즌동안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를 뽑았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서 기회를 잡지 못해 트레이드되기도 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딘위디의 든든한 조력자였다. 딘위디는 "코비는 내가 자란 곳에서 정말 대단한 존재였다. 그런 코비가 어느날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올스타라고. 올스타전은 인기투표 같아서 나같은 선수는 뽑히기가 어렵다. 하지만 아무 상관없다. 나는 이미 올스타이기 때문이다. 코비가 알아줬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듀크 대학의 슈퍼스타였고 2002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시카고 불스에 입단해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았지만 비운의 오토바이 사고로 일찍 은퇴한 제이 윌리엄스는 ESPN에 출연해 코비 브라이언트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제이 윌리엄스는 2017년 한 방송에서 코비 브라이언트의 수준이 다른 훈련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그가 신인 때, 프로 데뷔 후 13번째 경기를 앞두고 겪은 일이다.

제이 윌리엄스는 "LA 원정이었고 오후 7시 경기였다. 상대는 샤킬 오닐과 코비가 뛰는 NBA 챔피언 레이커스였다. 나는 (평소보다 일찍) 오후 3시에 체육관을 찾았다. 슛 400개를 성공시키고 경기에 들어가고 싶었다. 근데 내가 체육관에서 누구를 만난 줄 아는가? 바로 코비였다. 그는 이미 운동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 운동을 하고 나왔다. 그런데 체육관에서 여전히 공을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운동을 해? 코비는 내가 체육관에 처음 들어갔을 때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그래서 언제까지 운동을 하나 지켜보기로 했다. 그는 대충 하지 않았다. 실전에서 쓰는 동작을 연습했다. 그렇게 25분 정도 더 운동했다. 경기가 끝났고 코비는 크게 활약했다. 끝나고 꼭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왜 그렇게 오랫동안 운동을 한 것이냐고. 왜 그랬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이 윌리엄스는 질문을 던졌고 코비 브라이언트는 이렇게 답했다.

"왜냐하면 네가 체육관으로 들어오는 것을 봤기 때문이야. 나는 네게 알려주고 싶었어. 네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나는 너보다 무조건 더 열심히 할테니까. 네가 나로 하여금 더 발전하도록 동기부여를 준거야"라고 답했다.

제이 윌리엄스는 이같은 높은 수준의 경쟁심을 겪어본 것은 처음이었다며 이후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코비 브라이언트는 동료에게 늘 자극을 주고 동기부여를 주는 선수였다. 단지 NBA의 슈퍼스타, 막기 힘든 선수, 플레이를 따라하고 싶은 선수 이상의 특별한 존재로 기억하는 선수들이 많을 것이다. 수많은 은퇴 선수, 현역 선수들이 그를 추모하며 슬퍼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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