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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우한 폐렴' 전염력 얼마나 될까?…“사스보다 감염규모 최소 10배” 전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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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확산 지수 ‘RO 추정치’ / 초기 1.4∼2.5 결론 내렸지만 / 전례없는 급속 확산에 당혹 / 사스와 달리 잠복기도 전염 / 증상없는 감염자 활보 우려

세계일보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네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27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 대합실에서 마 스크를 쓴 시민들이 우한 폐렴 관련 안내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한 폐렴’이 세계적으로 급속 확산하는 가운데 그 파괴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3일 긴급위원회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성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강하고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는 약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RO 추정치는 1.4~2.5라는 것이다. 재생산지수로 불리는 RO 추정치는 감염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하는지를 보여주는 지수다. 숫자가 높을수록 빠르게 확산한다는 뜻이다. 메르스의 경우 0.4~0.9였으며 사스는 2~5였다는 것이다. 현재 치사율도 3∼4%로 사스(9.6%), 메르스(20∼40%)보다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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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현미경을 통해 본 중국 ‘우한 폐렴’의 원인 코로나바이러스. 20일 국내에서도 첫 우한 폐렴 확진자가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 제공


그러나 이런 분석은 전례 없이 급속 확산하는 우한 폐렴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초기에는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봤으나 급변한 우한지역 추이를 보면서 대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샤오웨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은 26일 “‘우한 폐렴’의 전염 능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고, 사스와 달리 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마 주임은 “지금까지 전파 특성을 보면 일부 환자는 초기 체온이 높지 않거나 정상이며 또 경증 환자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이는 음성 감염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만 전염이 되는 사스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증상 없는 감염자들이 바이러스 보균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제지 없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재앙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앞서 22일 우한을 방문했던 홍콩대학 신흥전염병국가중점실험실 주임은 “이미 통제 불능의 상황”이라면서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감염 규모는 최종적으로 사스보다 10배는 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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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우한(武漢) 폐렴’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설 연휴 첫 날인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뉴스1


국내에서도 증상이 없는 잠복기 감염자가 잇달아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지역사회 감염자가 나올 개연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역 당시에는 무증상기, 즉 잠복기에 해당하는 이들이 잇달아 확진자로 판정이 나오고 있는 터라 이들로 인한 2차 감염자가 발생하는 ‘소규모 지역사회 감염’도 이젠 배제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1차 방어선인 공항검역, 2차 방어선인 의료기관의 체계적인 대응과 시민의 자발적인 협조 등 유기적인 바이러스 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재앙을 막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보다는 전파력이 낮다는 세계보건기구의 발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사스가 발생한 시기는 2003년으로 17년 전이다. 당시와 지금은 사람과 물류의 세계적인 이동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진 데다 전염성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인 만큼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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