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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창문 너머로 만나는 가족···우한 폐렴이 바꿔놓은 中춘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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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창문으로 잘 보여”

구이린위안(桂丽远)의 엄마는 10년 만에 친정을 찾은 딸 가족을 창문 너머로 볼 수밖에 없었다.

26일 중국 헤이룽장(黑龙江)성 학강(鹤岗)시의 한 마을. 딸 구이 씨는 지난 17일 중국 후베이(湖北)성에서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 집을 찾았다. 그러나 후베이성에서 온 탓에 ‘우한 폐렴’ 감염 우려가 높아 도착하자마자 스스로 가족들을 격리시켰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7일 웨이보(微博·중국식 트위터)에 구이 씨의 사연을 영상으로 전했다. 그녀의 가족은 모두 4명이다. 남편 왕(汪) 씨는 “우리를 보호하고, 처가 식구들도 보호해야 하므로 집 안에만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복기가 지난 후에 밖으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중국 후베이성에 시집 갔다 10년 만에 고향을 찾은 딸 가족을 창문으로만 봐야 하는 할머니. '우한 폐렴'이 낳은 중국 춘제 농촌 풍경이다. [환구시보 웨이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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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폐렴은 과거 사스(SARS)와는 달리 발열이나 어지럼증 등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잠복기 상태에서도 감염이 가능하다고 발표된 상태다. 잠복기는 최단 1일에서 최장 14일이라고 중국 위생 당국은 밝혔다.

왕 씨는 매일 가족들의 체온을 측정한 뒤 웨이신(微信ㆍ중국식 카카오톡)을 통해 사진으로 전송하고 있다.

구이 씨는 “외할머니(어머니)와 외할아버지(아버지)가 저희를 보고 싶으면 창문으로 보면 된다”며 웃으며 말했다.

우한 폐렴은 이처럼 중국 춘제(春节ㆍ한국 설)의 농촌 풍경 마저 바꿔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달 30일까지인 춘제 연휴 기간을 다음 달 2일까지로 사흘 연장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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