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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손님이 두고 내린 체크카드 횡령 누명 벗은 택시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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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택시요금, 미터기 (PG)
[권도윤 제작] 일러스트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손님이 결제 후 두고 내린 체크카드를 단말기에 계속 꽂아두고 택시를 운행했다가 점유이탈물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시기사가 법정에서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27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택시기사 A(69)씨는 2018년 11월 24일 퇴근 시간 무렵 평소처럼 쏘나타 택시를 몰고 인천 시내 도로를 돌아다니다가 손님 B씨를 차량에 태웠다.

목적지에 도착한 B씨는 운전석에 앉은 A씨에게 자신의 체크카드를 내밀었다.

운전석 옆에 설치된 택시 요금 단말기는 기사가 '지불' 버튼을 누른 뒤 단말기 표면에 손님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접촉하는 방식이다.

접촉이 불량해 곧바로 영수증이 나오지 않으면 단말기 아랫부분에 카드를 삽입해 결제할 수도 있다.

A씨는 당시 B씨의 체크카드를 단말기에 직접 삽입해 결제했으나 정신이 없던 탓에 B씨의 체크카드를 챙겨서 돌려주지 못했다.

B씨도 자신의 체크카드를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냥 택시에서 내려버렸다.

그런데 택시에서 내린 지 30여분 뒤부터 2시간 동안 B씨의 휴대전화로 택시 요금 결제 문자 6개가 잇따라 전송됐다. 금액은 모두 합쳐 2만9천100원이었다.

'아차' 싶었던 B씨는 곧바로 카드회사에 전화를 걸어 도난 신고를 했고, 경찰서에 찾아가 피해 진술도 했다.

수사 끝에 택시기사 A씨는 점유이탈물횡령, 컴퓨터 등 사용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체크카드를 습득한 뒤 돌려주지 않고 뒤이어 택시에 태운 다른 손님들의 요금을 B씨 체크카드로 결제해 2만9천100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의 체크카드를 돌려주지 못한 것은 실수"라며 "B씨가 내린 뒤 택시에 태운 다른 손님들의 카드를 단말기에 접촉했는데 이미 삽입된 B씨의 체크카드로 결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 김은영 판사도 A씨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뿐 아니라 법정에서도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불특정인이 탑승했다가 하차하는 택시 운행의 구조상 피고인이 B씨가 하차한 이후 다른 승객들의 요금을 면제해 줄 의도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B씨의 체크카드를 발견하고서 경찰서를 찾아가 자신의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남기고 습득물 신고도 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B씨의 체크카드를 사용할 목적으로 가졌고 (다른 손님들의) 택시 요금까지 결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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