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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수억명 이동땐 우한폐렴 창궐…다급한 中, 춘제 연휴까지 연장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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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3일 중국 우한시 진인탄 병원 중환자실.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 신종 폐렴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박성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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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기점으로 ‘우한 폐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당국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우한 폐렴 발병 초기 미흡한 대응으로 질병 확산을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우한시 내 병원 의료진이 마스크처럼 기본적인 의료 물자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져 여론의 분노가 폭발했다.

후베이성 당국은 급기야 관리자들을 문책했고, 중국 중앙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해 춘제 연휴를 연장하기로 했다.



“후베이성 지도자 바꿔라” 이례적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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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의료진이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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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홍콩과 대만, 마카오를 포함한 중화권 전역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 확진자는 2005명, 사망자는 56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NHC)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잠복기 에도 전염될 수 있다. 발병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제는 사망자가 하루 사이 15명이 늘고 확진자도 688명 급증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내 의사들의 감염 사례까지 더해져 전염병 통제 불능 상태에 놓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언론인과 의료계 전문가들은 우한시와 후베이성 보건 당국의 안일한 초기 대응이 끝내 전염병 확산을 불러왔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후베이성 공산당 기관지인 후베이 데일리의 장어우야 선임 기자는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우한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통제가 심한 중국에서 공산당 기관지 소속 기자가 책임자 경질을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기자의 웨이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지만 우한 폐렴에 대한 지역 보건 당국의 초동 대처 실패에 주민 불신이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 국가보건위원회에 공개 서한을 보내 우한시 보건당국의 대응 미흡을 직접 비판한 의사도 있다.

SCMP에 따르면 이 의사는 익명으로 보낸 편지에서 “지난 12일부터 질병에 감염된 환자 수가 늘어났지만, 지역 보건 당국은 새로운 사례를 보고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환자들은 적절한 검역이나 치료를 받지 않고 도시 곳곳을 오갔다. 환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붐비는 지역에 가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우한시 보건 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우한 폐렴을 확산시켰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중국인들의 분노는 일제히 저우셴왕(周先旺) 우한시장을 향하고 있다. 우한 폐렴이 확산할 무렵인 지난 19일 우한시가 4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식사 향사를 허가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저우셴왕 시장의 사퇴를 요구하고있다.



아수라장 우한시 병원…의료 장비 지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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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검사를 받기 위해 우한시의 한 병원에 몰린 환자들. [TVBS NEWS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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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여러 대형 병원들의 의료 장비 부족까지 알려지며 여론의 분노는 더 커졌다.

이날 ‘후베이의 소리’ 등 현지 매체는 우한시와 후베이성 내 병원들이 의료용 마스크와 방역복 등 기본적인 의료 물자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며 물품 기증을 호소하는 긴급 공고를 냈다.

호소에 나선 병원은 우한 폐렴 대처 중점 병원인 셰허(協和)병원, 우한대학 부속 중난(中南)병원, 후베이성 제3인민병원 등 우한에서만 10여곳에 이른다.

병원들은 현지 정부의 의료 물자 지원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며 직접 의료 장비 구하기에 나섰다.

황스시 병원의 한 간호사는 SCMP에 후베이성 소도시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면서 “의사와 간호사가 24시간 대기하는 상황에서 각 과에 지급되는 마스크는 매일 다섯 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 인터넷에는 우한시 내 주요 병원이 환자들로 아수라장이 된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앞다퉈 자신을 치료해 달라는 환자와 무기력한 표정으로 환자를 보는 의료진 모습이 담겼다. 일각에선 대형 보건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후안시 관리자 문책…춘제 연휴 연장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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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학 중난병원의 집중치료실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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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심각해지자 시진핑 국가 주석은 춘제임에도 이례적으로 25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전염병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우한폐렴’ 전방위 대책을 재촉했다.

시 주석은 일선 지도자들에게 정신 차리고 현장에서 똑바로 일하라고 지시하며 관련 약품과 물자를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관리자 문책도 이어졌다. 후난시에서는 ‘우한 폐렴’ 초기 대응을 제때 하지 못한 위생건강국장을 정직시켰다.

중국 중앙정부는 우한시와 후베이성 당국자를 향한 비난이 중앙정부와 최고 지도자들로 쏠릴까봐 중국 여론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NHC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한을 비롯해 확진자가 발생한 도시를 폐쇄하고 의료진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마샤오웨이 NHC주임은 “의료진 1350명 이상이 이미 우한에 투입됐으며 1000명 이상 추가 인력이 더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뿐만이 아닌 근교 농촌 지역에서도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이날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주재로 전염병업무 영도소조 회의를 열고 춘제 연휴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우한 폐렴’이 창궐한 가운데 이번 주에 수억 명이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올 경우 사태를 걷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춘제 연휴 연장은 없었다"면서 "이는 우한 폐렴 상황이 그만큼 매우 위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구체적인 개학 시기, 춘제 연휴 연장 시기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 추세를 보고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 수도 베이징 학교들은 개학을 전격 연기했다. 베이징시 교육위원회는 26일 ‘우한 폐렴’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대학교와 중학교, 초등학교, 유치원의 봄철 개학일을 잠정적으로 미루고, 각종 학원의 운영도 중단시켰다.

또 쑤저우(蘇州) 위생건강위원회는 이 지역 기업의 업무 복귀 및 재개 시점을 2월 8일 24시, 학교 개학 시기를 2월 17일 24시로 통지했다. 다른 지역들도 이 기준에 맞춰 추가로 쉴 것으로 보인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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