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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재용 파기환송심]③집행유예 or 실형…엇갈리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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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논리 핵심 `수동적 뇌물공여`와 대가성 무관

횡령액 특경가법상 4~7년…집유 부정 요소 많아

재벌 총수 `3·5 정찰제` 반복 우려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2017년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듬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2017년 2월 17일 구속된 지 353일만이었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과 다른 판단을 한 주된 부분은 “경영권 승계 현안이나 승계 작업이 없었고 따라서 이를 위한 묵시적 청탁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상고심 재판에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삼성이 최씨 측에 제공한 말 3필의 소유권 자체를 넘겨준 것으로 봐 말 구입액 34억원을 뇌물로 판단하고 2심 판결에서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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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출범을 앞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정 경위와 향후 운영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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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대통령 직무와 영재센터 지원금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는지 여부와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는지를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뇌물공여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며 “제3자 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부정한 청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으므로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였다.

이 부회장 측은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유·무죄 판단을 다투기보다 양형 심리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첫 공판기일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의 대법원 확정판결 기록 열람을 요청했다. 신 회장 역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는데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형이 확정됐다. 묵시적 청탁에 대한 대가성 뇌물 70억원을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 요구에 따른 `소극적 뇌물`이라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이 부회장 측은 파기환송심에서 “승마 지원 경위, 동기, 이유 등을 전부 살펴봐야 양형을 정할 수 있을 것”, “경영권 승계를 위한 (영재센터)지원은 아니었다”는 취지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 강요에 의한 `수동적 뇌물공여`와 `승계작업 무관`이 방어 논리의 핵심 키워드인 셈이다.

삼성그룹 내 승계작업 현안 자체는 인정됐다.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에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며 “대통령의 권한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승계작업은 대통령의 직무행위와 제공되는 이익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고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이 유·무죄가 아닌 형량에 관한 심리에 집중해 항소심과 같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내겠다는 전략을 세운 배경이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뇌물의 대가성과 지원 강요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업무상 횡령 금액(약 86억원)에 해당하는 기본 선고형은 4~7년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상(특경가법) 횡령죄는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에만 가능하다. 다만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라도 정상 참작할 만한 사유가 인정되면 판사 재량으로 형을 깎아주는 `작량감경`을 통해 법정형이 줄어들 수도 있다. 형법상 유기징역을 감경할 때는 그 형기의 절반으로 하도록 해 최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까지 조정될 수 있다.

△공범으로서의 주도적 역할 △지배권 강화나 기업 내 지위 보전 목적 △범행 후 증거은폐 시도로 볼 수 있는 일련의 행동 등은 이 부회장에 부정적 사유로, △전과가 없고 △피해액을 변제했다는 점은 긍정적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전망이 엇갈린다.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단 근거를 배척함에 따라 1심과 동일한 사실관계에 기초해 양형 산정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대법원도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1심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 항소심도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기준을 판시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1심의 5년 실형을 파기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양형 조건 변경 사유가 필요하고 준법감시위원회가 그 배경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덧붙였다.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형이나 집행유예 참작 사유를 보면 긍정적 요인보다 부정적 요소가 다소 많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늘어난 뇌물액수를 고려하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은 이번 파기환송심으로 마무리 될 공산이 크다. 형사소송법상 사형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돼야만 양형 부당을 이유로 재상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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