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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문 대통령이 쓴 '검찰을 생각한다'로 본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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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은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검찰은 정치권력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자신의 권한을 적극 확대했다.”(164쪽)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검찰을 생각한다)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검찰과 정치권의 관계를 한 줄로 요악한 문장인데요. 집권 여당은 검찰의 ‘칼’을 정적에게 꺼내들고, 검찰은 칼을 휘두르며 점점 힘을 키워온 역사를 비판한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해 대선후보 시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검찰을 생각한다>는 18대 대선을 한 해 앞둔 2011년 11월 출간됐습니다. 문 대통령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검찰의 힘을 빼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기본 골격을 반복해 강조합니다. 문 대통령과 김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함께 검찰개혁 작업을 했습니다. 책에는 참여정부 시절 추진했던 검찰개혁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녹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최근 속도를 내면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가 최근 검찰개혁이라고 밝히며 추진한 검찰 인사, 직접수사 부서 축소 등이 ‘수사 외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정부가 ‘검찰개혁’을 표방하며 추진한 일련의 조치들이 검찰의 현 정권 핵심 인사 수사와 맞물려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을 생각한다>에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가늠해볼 수 있는 몇 가지 진단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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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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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개혁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면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에 대한 권한이 대폭 강화,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은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의 의미가 있다.”(119쪽)


추미애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 가장 논란이 된 조치 중 하나는 검찰 인사였습니다. 법무부는 지난 8일 대대적인 검찰 간부 인사를 단행합니다.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신임 법무부장관 취임을 계기로 인권, 민생, 법치에 부합하는 인사를 통해 조직의 쇄신을 도모했으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완수 등을 위해 새롭게 체제를 정비하였다”고 밝혔는데요. 검찰개혁을 위한 인사조치라는 문장이 눈에 띕니다.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 내지는 민주적 통제를 검찰 인사로 추진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법무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검찰 인사가 이뤄진 시점 때문인데요. 검찰이 현 정권 인사들을 수사하는 도중에 진행된 이례적인 인사였습니다.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직후 이뤄진 검찰 간부 인사 이후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을 비롯한 대검 참모들이 모두 수도권 외 지역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한 검사장과 박 검사장은 각각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책임자였습니다. 한 검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이를 둘러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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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오월의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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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을 정치적으로 좌우하는 정치적 인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먼저 이루어진 다음 인사권이 행사돼야 한다.”(120쪽)

당장 “현 정권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시도 아니냐”는 검찰 안팎의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윤 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청와대든 또는 정부든 또는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한 말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법무부와 청와대는 전격적인 검찰 인사를 향한 비판에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며 일축합니다.

검찰 인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23일 법무부는 차장검사·부장검사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청와대 주요 인사를 수사했던 차장검사들이 대거 교체됐습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과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은 각각 수원지검 여주지청장과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으로 전보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한 홍승욱 서울동부지검 차장은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를 비롯해 전국 주요 특별수사 사건을 담당한 양석조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은 대전고검 검사로 인사가 났습니다. 사실상 좌천 인사입니다. 양석조 차장검사는 조 전 장관을 기소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심재철 신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문제를 제기한 ‘상갓집 소동’의 당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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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1일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별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대통령과 철학이 맞지 않아 장관과 마찰이 뻔히 예상되는 인사를 임명한 것은 검찰개혁에 큰 장애가 된다. 더구나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에 전혀 의식이 없거나 오히려 검찰개혁을 검찰의 기득권 침해로 해석하고 적극 저항하는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을 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다.”(112쪽)

문재인 정부의 검찰 인사는 정부 출범 직후부터 주목받았습니다. 2017년 5월19일 윤영찬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현 대전고검 검사”라고 직접 발표합니다. 취재진은 “와~”하며 탄성을 쏟아냈고, 이 모습은 그대로 방송을 탔습니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직후 현 정부의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비롯해 사법농단 등 주요 수사를 이끌었습니다. 모두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춘 수사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합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부정부패를 제거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검찰개혁에 반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했습니다.

윤 총장은 총장 취임 전까지 사석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시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윤 총장은 흔히 기업·정치권 인사를 주로 수사한 ‘특수통’이자 ‘검찰주의자’(윤 총장은 스스로를 헌법주의자로 규정합니다)로 분류됩니다. 검찰의 권한 축소에 윤 총장이 저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청와대는 지난해 7월 윤 총장의 최측근 ‘특수통’ 검사들을 대검 주요 보직에 임명하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사실상 좌천된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 박찬호 제주지검장 등이 대표 사례입니다. 한동훈 검사장과 박찬호 검사장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밑에서 각각 3차장 검사, 2차장 검사를 지냈습니다. 모두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검찰 수사로 수행한 검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한 검사장(27기)은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인사(2017년 8월)에서 전임 이동열 3차장 검사(22기)보다 사법연수원 기수로 5기 아래였는데도 임명됐습니다.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뿐 아니라 청와대의 신임이 없었다면 이뤄지기 어려운 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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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왼쪽에서 두 번째), 박찬호 전 대검 공공수사부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 인사대상자들이 지난 10일 과천으로 이동해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인사 관련 신고를 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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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실력 있는 검사들이 모여서 검찰총장의 지시로 수사를 하는 구조는 정치적 중립에 취약한 구조이다. 왜냐하면 모든 결정이 검찰총장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권력은 분산되었을 때 공정할 수 있다.”(189쪽)


법무부가 지난 23일 차장·부장검사 인사를 하며 낸 보도자료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2019년 하반기 고검검사급 검사 인사에서 특정 부서 출신 검사들에게 주요 보직이 편중됨에 따라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많은 검사들이 우대받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되었고, 그 과정에서 약 50여명의 검찰 중간간부들이 사직하기도 했다”고 밝힙니다. 이어 “이번 인사를 통해 그러한 비정상을 정상화해 인사의 공정성과 검찰조직의 안정성을 도모했다”고도 했습니다.

정부가 사실상 지난해 7월 ‘특수통’을 대거 윤 총장 지근거리에 배치한 검찰 인사가 잘못됐다고 시인한 것입니다. 법무부가 표현한 비정상을 만든 것도 ‘인사권자’인 청와대였고, 다시 정상화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청와대의 법무부입니다.

정부는 올 들어 단행한 두 차례 검찰 인사를 통해 ‘윤석열 사단’을 대부분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윤 총장과 대검 참모들이 주도했던 청와대 인사 수사 동력을 떨어뜨린 조치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원래 윤 총장은 취임 직후 주요 수사를 진행하면서 자신이 중용하는 대검 간부들과 모여 수시로 회의를 했다고 합니다. 직접수사 권한이 있던 예전 대검 중수부처럼 운영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실상 청와대가 용인했던 운영 방식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다른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대검 중수부를 검찰 권력의 핵심으로 꼽았습니다. <문재인의 운명>에는 “특수사건 중 정치적 사건을 대검 중수부가 직접 수사한다. 거기서 대검의 정치성과 정치편향성이 저절로 생기게 된다. 정치권력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지 못하면 중수부를 활용하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239쪽)는 대목이 나옵니다. 대검 중수부는 2013년 폐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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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10층 중앙수사부 앞에서 박유수 관리과장이 중앙수사부 현판을 내리고 채동욱 검찰청장, 박영수 전 고검장 등 전직 중수부장들에게 인사 후 퇴장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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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검찰과 손을 잡는 것, 혹은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통치에 활용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과 손 잡으면 청와대에서 걸어서 못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검찰이 ‘사고를 묻어놨다가 말년에 와서 크게 터트리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177쪽)

검찰을 둘러싼 청와대 정책 방향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대대적으로 추진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수사,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검찰에 맡겼습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 등 검찰개혁을 주장해온 인사들은 정권 초기부터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해야 검찰의 힘이 빠진다”고 지적해왔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처럼 법안 통과 없이도 직접수사 부서 축소나 인원 조정 등은 대통령령으로 할 수 있는 조치들입니다.

청와대는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를 추진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 초까지 빠른 속도로 검찰 직접수사 축소안 발표에 이은 검찰 인사 등이 단행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이 있기 전까지 주요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의 몸집은 커졌습니다. 굵직굵직한 수사를 맡는 서울중앙지검은 4차장 검사 보직을 2018년 초 신설했습니다. 같은 해 서울중앙지검에는 조세범죄조사부와 과학기술범죄수사부, 범죄수익환수부도 새로 생겼습니다.

국회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주요 부패범죄, 선거범죄 수사권 등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을 상당수 남겨 두고 있습니다.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현 정권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국회에 상정돼 있었습니다. 패스트트랙으로 국회를 통과한 수사권 조정안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시절 조율한 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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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신임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6대 총리 취임식을 마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해 “총리가 직접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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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대통령의 측근들을 대상으로 했다. 검찰의 권한 남용을 견제, 감시하고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할 청와대 구성원이 피의자가 된 것이다. 이로써 청와대나 법무부장관이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검찰권 행사에 어떠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 자체가 곤란하게 됐다. 아무리 죄가 없고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피의자가 되면 도덕적인 정당성이 약해진다. 이 상태에서 청와대가 견제와 감시를 하고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면 이것은 곧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수사를 방해하는 외형이 되어버린다.”(150쪽)

여당을 수사했던 검찰을 상대로 개혁을 시도한다면 수사외압 내지는 보복으로 읽힐 수 있어 검찰개혁이 쉽지 않았다는 당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의 토로입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검찰은 여야 가리지 않고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검찰은 시민들이 보낸 꽃다발까지 받으면서 검찰권 행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현재 청와대는 주요 인사들이 피의자가 됐다는 점에서 참여정부 때와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대응은 다릅니다. 검찰이 현 정권의 주요 인사를 상대로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검찰에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청와대 공보 담당자들이 검찰의 청와대 인사 수사에 대응하는 브리핑을 여는 일이 잦습니다. 청와대 인사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 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보도는 전형적인 허위보도다. 현재 업무일지는 검찰이 갖고 있다. 조선일보가 어떻게 검찰이 확보하고 있는 업무일지의 내용을 알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지난해 12월23일),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든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였지만 결과는 너무나 옹색하다. 수사 의도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결과”(지난해 12월31일), “제출하고 싶어도 제출할 수가 없는 압수수색을 하는 검찰의 행태는 정치 쇼에 불과하다”(지난 1월10일)는 말을 쏟아냈습니다.

청와대는 뒤늦게 검찰개혁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올 들어 수사 외압 혹은 청와대를 지키기 위한 검찰개혁이라는 비판에도 개의치 않고 직접수사 부서 축소, 검찰 인사 등 조치를 단행한 것이 한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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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검찰은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관련 혐의로 조 전 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김영민 기자


“검찰이 부정부패 추방에 나서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검찰이 이러한 정치권 관련 수사를 통해 스스로를 정치화하고 또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한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정치개혁의 역할을 검찰이 담당하면서 정치권이 위축되고 검찰의 권한이 확대되는 것이 문제이다. 정치개혁을 정치권에서 하지 못하는 한 검찰이 개입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검찰은 정치화된다. 나아가 정치개혁을 검찰이 적극 담당하게 되면서 검찰이 정치를 지배하기도 한다.”(182쪽)

얼마 전 검찰을 떠난 김웅 전 부장검사는 <검사내전>에서 “우리나라는 검찰의 힘이 지나치게 강해서 ‘검찰 공화국’이라고 불린다. (중략) 검찰이 전횡을 일삼는다고 하나 결국 인사권으로 검찰을 쥐고 흔드는 것은 권력자다. 검찰개혁은 늘 권력을 쥔 자의 욕망만을 대변했다”(375쪽)고 썼습니다. 권력을 쥔 청와대가 검찰을 인사권으로 통제해왔고, 검찰개혁도 청와대 입맛에 맞게 추진됐다는 취지입니다. 김웅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까지 대검 형사정책단장과 미래기획단장을 겸임하면서 검·경 수사권조정안 관련 실무를 담당해왔습니다.

김웅 전 부장검사 같은 주장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검찰의 힘이 여전히 세기 때문입니다. 검찰의 권한이 크지 않았다면 애초에 권한을 줄이려는 ‘검찰개혁’도 시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청와대가 인사권으로 검찰을 통제할 유인도 크지 않았을 것입니다.

집권 이후 주요 수사를 맡기며 검찰의 힘을 키워 준 건 청와대였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좌천됐던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에 임명한 것도 청와대입니다. 그랬던 청와대가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찰권을 축소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검찰에 고소·고발 사건을 들고 갑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2년 검찰보고서’를 펴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 보고서에서 “검찰이 적폐수사에 주력한 한 해이기도 하다. 또한 국회와 정부는 정치로 풀어야 할 사안들을 고소·고발해 검찰에게 해결사 역할을 요청하면서 검찰 권한이 오히려 강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지금, 검찰개혁의 성과는 미진한 반면, 검찰의 권한은 되레 커진 한 해로 검찰개혁 좌초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합니다.

현재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국회를 통과한 상황입니다. ‘수사외압’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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