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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5만원 빌려준 '관세음보살'…서울 중구청 직원이 행한 작은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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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A씨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는 서양호(오른쪽) 서울 중구청장
[서울 중구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공무원이 선뜻 빌려준 5만원이 극한 상황에 처한 이의 삶을 바꾸는 기적을 일으켰다.

26일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약수동 주민센터 정은이 주무관은 관내 1인 가구 실태조사를 하던 지난해 10월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조사 대상자 중 연락이 통 닿지 않던 A씨였다. A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다짜고짜 "요금 미납으로 휴대전화가 정지돼 전화기를 빌려서 걸었다"며 "지금 당장 5만원이 없어서 휴대전화를 쓸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정 주무관은 그 자리에서 "급한 일부터 해결하시라"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5만원을 A씨에게 보내줬다.

며칠 뒤 5만원을 들고 주민센터를 찾아온 A씨의 사정은 딱했다.

이혼 후 30여년간 식당과 안마시술소 등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오다가 최근 실직했고 30만원인 월세는 8개월째 밀린 상태였다.

수입이 없어 라면으로 근근이 끼니를 때우다가 극단적인 시도도 두 차례 했다고 털어놨다.

사연을 들은 주민센터 직원들이 나섰다. 다행히 A씨는 기초수급대상에 해당해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중구청 사회복지과는 일자리를 알아봐 줬고 A씨는 지난달 16일부터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 업무를 맡을 수 있었다. 그 덕에 이달 말부터는 월급 120만원을 받는다.

구는 앞으로 A씨가 월세를 아낄 수 있도록 다른 주택을 물색해 줄 방침이다.

A씨는 "아무 의심 없이 5만원을 선뜻 내줘서 감사드린다. 덕분에 희망을 가지게 됐다. 살아있는 부처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선행의 주인공 정 주무관은 "A씨가 희망을 갖고 새 삶을 살게 돼 기쁘다. 5만원이 이렇게 큰 보람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고 뿌듯해했다.

구는 최근 정 주무관의 행동을 민원행정 최우수 사례로 선정해 시상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어려운 이웃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더 지원할 것이 없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다짐했다.

사용 정지가 풀린 A씨의 휴대전화에는 정 주무관의 이름이 '관세음보살님'으로 저장됐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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