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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바이러스'의 역설…"나는 사실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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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손번식 본능 바이러스, 숙주인 사람 사망 시 '공멸'

국내 교수들 "생존 위해 점점 독성 약한 바이러스로 변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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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나는 바이러스다. 그 동안 박쥐와 낙타 몸속을 옮겨다니며 살다가 더 많은 자손번식을 위해 새로운 숙주인 '사람'을 찾았다. 내 친구가 어느 날 사람 몸 속으로 먼저 들어갔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기침을 많이 하더니 며칠 뒤 죽었다. 결국 집을 잃은 친구도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유전자를 바꿔가며 사람 몸속에 들어가는데 성공했지만, 아무래도 사람도 살고 우리도 살기 위해 유전자를 다시 바꿔야 할 것 같다."

인류가 박멸을 원하는 바이러스의 삶이다. 바이러스는 직접 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지만, 신종 돌연변이체가 되면 언제든 사람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병기가 된다. 바이러스 자체는 숙주를 벗어난 상태에서 홀로 살지 못한다. 하지만 숙주 안에 있을 땐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스스로 자손 번식(복제)을 할 수 있어 반은 생명체, 반은 비생명체인 '반생물'로도 불린다. 이러한 바이러스는 영양분을 빼앗을 새로운 숙주에 도달하기 위해 스스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데, 이게 사람에게 무서운 대목이 된다.

최근 중국 우한시 재래시장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로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자 전세계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의 비말(침방울)을 통해 호흡기에 감염된다. 지역사회 전파가 가능할 정도로 감염력이 높다.

이는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을 넘어 '사람'도 숙주로 삼을 수 있도록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면서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사람간 감염' 능력도 갖췄다.

26일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바이러스는 새로운 숙주를 찾아 감염시켜야 자신이 생존한다"며 "먹잇감을 찾다가 사람의 호흡기 점막세포 수용체에 붙을 수 있는 능력을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 획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이된 이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맹독성 물질(항원)로 작용해 현재 적잖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고 있다. 바이러스 입장에선 단순히 자손 번식 목적으로 사람을 생식처로 고른 셈이지만 사람에겐 매우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가 침입한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되면 한 번도 감염 경험이 없는 사람은 거세게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감염 초기엔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망률은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바이러스도 생존을 위해선 사람을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큰 파급력을 보인 감염병이 현재는 잠잠한 것도 그러한 논리란 얘기다.

이재갑 교수는 "결국 바이러스는 다른 사람에게도 자손을 전파하기 위해 사람에 대한 병독성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유전자를 바꾸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초반의 큰 화를 면하기 위해선 애초부터 바이러스 변이를 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한시 시장처럼 동물과 사람이 섞여있는 장소는 늘 학계의 우환거리였다.

김우주 교수는 "중국 우한시 재래시장처럼 야생동물과 가금류가 밀접히 접촉하는 곳은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좋은 환경"이라며 "학계에서도 동물시장은 항상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하는 판도라 상자가 될 것으로 우려해왔다"고 강조했다.
l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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