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SNS 세상] 사후에도 SNS 댓글에 노출되는 연예인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설리와 구하라 등 악플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연예인의 SNS 계정이 여전히 부정적인 댓글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NS 계정이 방치될 경우 해킹 위험도 있는 형편이다.

연합뉴스

댓글 폭력 (PG)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최근에도 꾸준히 누리꾼이 방문하고 있다. 최근 유산 문제로 가족 간에 갈등이 불거졌다는 보도가 나오자 하루 100여 개의 댓글이 붙기도 했다.

추모하는 내용의 글이 대부분이지만 자칫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댓글이나 광고성 댓글도 군데군데 포함돼있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sma*******'는 "근데 얘 요즘 인스타 안 함? 칼국수 먹고 싶다"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팬으로부터 "돌아가신 분한테 무슨 소리세요"란 비판을 받았다.

아이디 'myco*******'은 해당 계정에 새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밝히며 홍보하는 댓글을 반복해서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사망한 가수 구하라의 인스타그램 계정도 상황이 비슷했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alvi*****'는 "난 당신의 XX비디오를 기억할 것이다"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다른 누리꾼의 뭇매를 맞았고, 아이디 'sey*****'은 한 중년 연예인을 언급하며 고인의 외모를 희화화하는 글을 남겼다.

아이디 'alank****'은 성적 비하가 담긴 외설적인 댓글 10여개를 도배하듯이 연달아 올렸다. 해당 글은 고인의 사망 직후 올라왔다.

설리와 구하라의 계정에 악플이 달리는 것은 사후에도 계정이 폐쇄되지 않은 채 공개돼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

방송통신위원회가 2016년 펴낸 '잊힐 권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인의 직계 가족이 사망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SNS 회사에 제출하면 고인의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다른 이용자가 볼 수 없도록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환경이나 SNS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인 고인의 부모가 계정을 관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인의 SNS 계정이 오랜 기간 방치될 경우 해킹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술지 '미디어와 인격권'에 실린 '잊힐 권리의 법적 쟁점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주요 포털 사이트의 계약 약관에는 이용자의 죽음을 해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사후에도 오랜 기간 고인의 사진이나 글이 인터넷에 떠돌 수 있다.

디지털 장례 대행업체를 운영하는 박형진(39) '디지털 장의사' 대표는 "방치된 고인의 계정을 해킹해 도박이나 성인 사이트 광고 등에 악용하거나 멋대로 게시물을 올리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소속사나 지인 등은 법적으로는 남남이다 보니 직접 나서긴 힘들다"며 "결국 유족이 추모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노출 중단 등을 요청하고, 계정이 불법 도용됐다고 신고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장기간 활동이 없는 계정을 비공개 휴면 계정으로 전환했다가 이용자나 대리인이 이용을 재신청하면 휴면 상태를 해제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고인이 된 유명인의 SNS 채널이 관리자 부재로 모욕 글 등에 노출되지만 이를 보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유족의 의사인데, 슬픔에 빠져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온라인의 잊힐 권리까지 신경 쓰기가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유족이 권한을 위임한 대리인에게 고인의 계정 관리를 허용하거나, 일정 시간 활동이 없는 계정에 한해 휴면 상태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오병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인의 잊힐 권리에 대해 각 사이트의 약관에 맡기고 있는 현실이라 해석이나 권한 범위도 제각각이다"라며 "뚜렷한 법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개인 SNS채널에 달린 악플과 홍보성 댓글들
[인스타그램 캡처]



shlamaz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