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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차가운 길바닥의 차례상···숨진 마사회 기수 부인은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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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설 명절인 2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소공원 인근에서 열린 고 문중원 기수,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 합동차례에서 톨게이트 노조원들과 고 문중원 기수의 유가족이 차례를 지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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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대명절인 설날(25일) 차가운 거리에서 합동차례상을 올리며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있었다.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시위 중인 시민단체와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북녘땅을 향해 차례를 지낸 실향민들이다. 이들은 각자의 새해 소망을 빌며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인근 세종로공원에서는 고 문중원 경마기수 시민분향소와 톨게이트 해고노동자 농성장의 합동 차례가 열렸다. 문씨는 지난해 11월 29일 한국마사회의 부조리한 운영을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설날인 25일은 문씨가 숨진지 58일째, 문씨의 시신이 상경해 세종로공원에 머문지 30일째 되는 날이다. 매일 밤 이곳에선 마사회와 정부를 규탄하는 추모제가 열렸고 인근에서 농성 중이던 톨게이트 해고노동자들이 합류해 청와대를 향해 함께 헛상여 행진을 했다.

문씨의 부인 오은주씨는 차례를 지내기 전 시신이 안치된 차량에 얼굴을 묻고 오열했다. 그는 "설 전에 장례를 치르고 싶었지만 남편을 차가운 길에 두게 돼 마음이 무너진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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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세종로 소공원 앞에서 열린 故 문중원 열사,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 합동차례에서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씨가 슬픔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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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참여하는 고 문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한국마사회 한 사업장에서만 7번째 죽음이고 문재인 정부에서만 4번째 죽음"이라며 "설 전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과천 마사회에서 청와대까지 4박 5일동안 오체투지를 했지만 무산됐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또 "발전, 우정사업본부 등 공공부문에서 과로와 산재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을 때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 생명안전을 주문처럼 읊조렸지만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수십 일째 정부청사 앞 분향소에서 정부의 책임있는 노력을 촉구하는 이들을 방치하는 태도는 이전 정부와 뭐가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9일째 단식 중인 유창근 공공연대노조 지회장도 이날 "새해엔 노동자 문제가 죽어야 해결되는 것이 아닌 산 노동자들의 문제가 잘 처리됐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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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인 25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합동망향제에서 실향민 가족이 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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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도 실향민들을 위한 합동 차례가 열렸다. 실향민들을 북녘땅을 향해 절을 올리며 그리움을 달랬다. 이날 준비된 자리는 실향민들의 고령화로 인한 사망자 수만큼 텅 비어있었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이산가족 전체의 63.4%가 80세 이상의 고령자로 연간 사망자는 매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망향경모제는 통일경모회가 주최하고 통일부가 후원해 매년 설과 추석에 열린다. 이번에 열린 제36회 망향경모제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참석해 "어르신들이 북한을 방문하고 정부가 그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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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인 25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합동망향제에서 실향민 가족들을 위한 의자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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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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