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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여자가 차례는 남자가?···“‘명절마다 기승’ 가정폭력, 명절 탓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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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설 연휴 가정폭력 신고 44.5% ↑

명절은 기폭제···고착된 성 역할이 진범

"긴 호흡에서 성역할 향한 인식변화 필요

술·고부갈등..."원인 찾아 대책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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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상징인 명절 연휴에 되레 가정폭력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 가족이 모여 웃음꽃을 피워야 할 명절이 오히려 갈등과 반목의 현장이 돼 버린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명절은 단순한 기폭제일 뿐 고착된 성 역할을 둘러싼 세대·성별 간 인식 차가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기간 112 신고로 접수된 가정폭력은 하루 평균 954건으로, 평소(660건) 대비 44.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일 평균 1,019건으로 평소보다 54.4%나 급증했다. 지난해뿐 아니라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도 설과 추석 연휴 동안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평소보다 40~50%가량 늘어났다.

사회 다방면에서 여권이 신장되고 있지만 여전히 명절만큼은 여성이 음식을 만들고 남성은 차례를 지내는 등 남녀 간 역할 구분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기다. 그러다보니 명절기간은 전통적 성역할에 거부감을 느끼는 쪽과 반대로 이런 구분을 지지하는 쪽의 극명한 대립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시기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조재연 한국여성의전화 인권문화국장은 “여전히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여성들에게 전통적인 성 역할이 부과되며 그런 것들이 ‘명절증후군’으로 나타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 안에서 명절은 이러한 성역할 규범, 성차별이 집중적으로 가시화되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심연우 가정폭력당사자네트워크 소속 활동가 역시 “명절을 뒤집어 보면 한국 사회의 성차별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설이나 추석에는 부부, 고부 등 가족들 사이에 잠재해있던 치우친 돌봄노동 문제 등 갈등 요소들이 본격 수면 위로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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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성 역할 구분을 완화하고 이로 인한 명절 가정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장기적 차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국장은 “유치원에서부터 가정폭력에 대한 교육을 하는데 다분히 형식적인 차원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며 “교육이 얼마나 내실있고 실효성 있게 진행되는 지도 함께 점검돼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형사사법제도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찰이 명절 기간 가폭 통계를 발표하고 집중 단속도 하고 하는 것은 좋은 변화라고 본다”면서도 “신고 건수를 단순히 산정 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신고 접수된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투명하게 보여줘야 하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재범 가능성 등을 실제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매뉴얼 등을 정교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장기적인 인식 변화와 더불어 단기적으로 가정폭력의 명확한 원인을 찾아 적합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선 가폭 문제에 대처하는 서울의 한 학대예방경찰관(APO)은 “가정폭력에는 술이든 이혼이든 고부갈등이든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재 경찰과 구청이 다방면에서 연계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해서 갈등 원인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오는 27일까지를 ‘설 명절 종합치안활동’ 기간으로 정하고 가정폭력의 징후가 있는 가정을 파악해 사전 모니터링 등 예방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관리대상으로 선정한 가정들을 방문해 경각심을 높이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실제 가정폭력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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