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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이성윤, '최강욱 기소 과정' 윤석열에겐 추미애보다 하루 늦게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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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상 법무부·서울고검·대검 동시 보고가 원칙
보고자료 접수 철회 뒤 이튿날 대검 간부에 전달
‘검찰총장 패싱’ 논란 일자 "사실과 다르다" 해명
檢내부 "설득력 없다"... 서울고검에도 사후보고

조선일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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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를 두고 청와대·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정면 충돌하는 가운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기소 경과 사무보고를 추미애 법무장관보다 하루 늦게 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활동 확인서를 발급해 준 혐의(업무방해)로 최 비서관이 기소된 지난 23일 당일 추 장관에게 사건 처리 경과에 대한 사무보고를 올렸다.

법무부령인 검찰보고사무규칙에 따르면 검사장은 사무보고 관련 상급검찰청의 장과 법무장관에게 동시 보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만 예외적으로 법무장관에게 보고한 뒤 상급검찰청의 장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지검장은 당초 이 규정에 따라 대검찰청 상황실에도 같은날 보고자료를 접수·보고하려다 이를 5분여 만에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지검장의 윤 총장에 대한 사무보고는 이튿날에야 이뤄졌다.

이와 관련 이 지검장 측은 "상황실에 두고오기 보다 대검 간부를 통해 보고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판단해 추후 절차를 갖춰 보고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24일 대검 기조부장에게 검찰총장에 대한 사무보고 자료를 전달했다"고 했다.

전날 일부 언론은 이 지검장의 이같은 보고 경위가 '검찰총장 패싱', '사무보고 철회'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 지검장 측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그러나 동시 보고가 원칙인 사무보고를 검찰총장에 대해서만 한 차례 철회했다가 이튿날에야 보고한 것은 결국 규정 위반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검장 측은 장관 보고가 선제적으로 이뤄진 이유에 대해 "사무보고 내용은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사이에 일어난 일로써 법무장관에게 반드시 보고해야 할 내용이었다"면서 "윤 총장은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이미 잘 알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선 법무장관에게 보고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검찰 안팎에선 이같은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의 상급청은 서울고검과 대검이다. 이 지검장이 서울고검에 올린 사무보고는 전날 밤 11시에야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한 간부는 "윤 총장이야 내용을 알고 있었으니 사후 보고했다치더라도, 직속 상급기관인 서울고검에 대한 보고가 30시간 가량 지체된 것에 대한 사유는 되지 못한다"고 했다. 이 지검장이 보고 의무를 선별적으로, 태만하게 이행한 것이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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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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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와 검찰 취재를 종합하면, 최 비서관에 대한 기소는 지난 23일 오전 9시 30분 이 지검장의 결재·승인 없이 이뤄졌다. 수사를 지휘해 온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3차장과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을 지방청으로 전보하는 검찰 중간 간부 인사가 발표되기 15분 전이었다. 일선 수사팀이 10여일 전부터 기소 의견을 내고, 윤 총장도 기소 전날(22일) 이 지검장의 대면 보고 자리에서까지 수 차례 기소를 지시했음에도 이 지검장이 거부하자 전결권자인 송 차장이 법원에 공소장을 접수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를 두고 "날치기 기소"라며 수사팀에 대한 감찰까지 예고했다. 이 지검장의 "최 비서관을 소환조사한 뒤 사건을 처리하라"는 지시를 수사팀이 어긴 것이어서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검은 "검찰청법상 검찰 사무를 총괄하며 전체 검찰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검찰총장의 권한과 책무에 근거해 적법하게 이뤄진 기소"라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작년 조국 사건부터 최근까지 중요사건은 모두 총장 보고·승인 아래 처리돼 왔다"면서 "최고 결정권자까지 보고가 이뤄져 승인된 사안인데 직속 부하에 대한 지휘권만을 근거로 이를 뭉개려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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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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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사팀 감찰을 예고한 법무부 입장문은 최 비서관이 "검찰권을 남용한 '기소 쿠데타'"라며 윤 총장과 수사팀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연 지 1시간 만에 나왔다. 최 비서관이 "법무부와 대검의 감찰조사는 물론 향후 출범하게 될 공수처 수사를 통해 범죄행위가 낱낱이 드러날 것"이라며 직접 감찰을 거론하기도 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기자회견과 감찰 예고가 이뤄진 것은 석연찮은 모습"이라면서 "내부 감찰이 주 업무인 최 비서관이 외부 사정기관의 의사결정 과정까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는 것은 위법 소지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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