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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여야 인재영입 경쟁…드래프트 1번이 성공하는 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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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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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국외로 전지훈련을 가지도 못하고, 추운 ‘험지’에서 훈련을 해야하는 선수들. ‘내가 프로 선수인데” 자존심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버스에서 내린 선수들 앞에서 백승수 드림즈 단장은 3명의 인재를 소개한다. ‘꼴찌 야구팀’ 드림즈가 준우승했을때 함께 했던 불펜 포수와 배팅볼 투수, 트레이너다. 백 단장 등 드림즈 직원들은 자영업자, 일용직 노동자, 헬스장 트레이너로 변신한 이들을 찾아내, ’다시 한번 해보자’고 호소해 이들을 데려왔다. 야구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인재 영입, 백승수 단장의 ‘비장의 카드’는 통할 수 있을까.

올 봄 총선을 앞두고 ‘스토브리그’에 들어간 여야 정당들도 최근 ‘비장의 카드’를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10호 인재’로 이탄희 전 판사를 영입하는 등 주머니 속 카드를 차례차례 꺼내고 있다. ‘1호 인재’ 최혜영 강동대 교수나 ‘2호 인재’ 원종건씨 등은 개인 스토리로 화제를 모았다. 자유한국당도 21일 다섯번째 외부 인사로 외교·안보 전문가 신범철 전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을 영입하는 등 총선 후보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각 정당이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새피’를 수혈하는 것은 이전 선거에서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때도 민주당은 ‘인재 영입’을 시리즈로 펼쳤다. 대중적 인기도가 높았던 표창원 의원, 아이티(IT)기업 대표 출신 김병관 의원, 고졸 출신 여성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임원,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의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있다가 ‘팽’ 당한 조응천 의원 등을 입당시켰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386그룹 등의 이미지를 영입인재를 통해 희석시킨 효과를 봤고, 영입인사들은 지역구에 가서 나름 선전했다.

정치권이 외부 영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96년 15대 총선부터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정계에 복귀한 김대중 새정치국민연합 총재의 영향력을 최소화 하기 위해, 개혁적 인사 영입에 나섰다. 민중당 출신 이재오·김문수·이우재 등 재야에 있던 인사들을 전격 영입했다.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했던 홍준표 변호사도 이때 들어와 정치를 시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새피 수혈에 열심이었다. 15대 총선때 소설가 김한길· 뉴스진행자 정동영을 영입했고, 16대 총선때는 우상호·이인영·임종석 등 학생운동 출신 젊은 386 인사들을 대거 데려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면을 전환하는데 영입 인재를 활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임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불린 이준석·손수조 등 20대를 중용해 성공을 거뒀다. 최근 정의당으로 옮긴 이자스민 전 의원도 이때 비례대표를 받았다. 국내 정치권 현실상 이른바 ‘협치’를 위해 ‘자유계약선수(FA)’를 데려오거나 트레이드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혈’ 전략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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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영입은 모두 성공적이었을까? 현재 정치권에 남아있는 이들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봐야한다.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고, 정치권에 들어와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야구에서 (신인을 선발하는) 드래프트를 해서 1군에서 뛰면 성공한 것이다. 그동안 비례대표 1번을 받은 국회의원 가운데 존재감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 하고 되물었다. 윤 실장은 “정치 혐오가 강한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새 것’을 좋아했고, 정치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을 데려와 이른바 ‘수혈’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펼쳐지는 인재 영입이 계속되어야 할 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한 때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총선을 앞두고 영입돼 국회로 들어온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영입된 분들이 당에 가서 본인의 신념이나 하고자 하는 바를 지켜내기 보다 소모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인재영입이 무용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당이 앞으로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청년을 흡수해서 같이 성장하는 방식을 시도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최근 영입인재를 보면 스펙 보다 스토리가 강조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요즘은 야구 팬 수준이 높아져서 신인을 뽑을때 우리 지역에서 제일 잘한 선수가 아니라, 팀 내에서 약한 포지션을 채워줄 즉시 전력감이 누구인지를 따진다. 최근 정당에서 데려오는 인재들이 (당의) 이미지를 위한 게 아니라 정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능력을 보고 데려오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스포츠 역사를 보면 선수 한 명이 영입되어 팀이 우승을 한 경우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숱하게 많았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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