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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국 2007년에도 솔레이마니 사살기회 있었지만 스스로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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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거셈 솔레이마니가 이란·이라크 전쟁 (1980∼1988) 기간 연설하는 모습. 야후뉴스


2007년 12월 어느 날 오후 미군 특수부대 소속 인사들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상공을 감시하는 드론이 수집한 정보를 통해 이라크 외곽 사드르 시티에 엄청난 군중이 몰려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에 본부를 차려놓고 있던 미군 인사들은 바로 작전에 돌입했다. 이들은 태스크포스17 소속으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군부 세력 소탕이 주요 임무였다. 사드르 시티는 시아파 거주지로 구름 같은 군중이 몰려들었다는 것은 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의미였다.

미 라스베이거스의 넬리스 공군기지에서 7500마일 떨어진 사드르 시티의 미 공군 제3 특수작전대 소속 드론 조종사에게 사드르 시티 상공 비행을 유지하라는 작전명령이 전달됐고 사드르 시티의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 상황을 감지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나타났고 거의 영웅 대접을 받는 분위기였다. 전직 미 정보당국자는 “마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드르 시티 거리에서 환영받는 것 같았다”며 “열광적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드론이 잡아낸 사드르 시티의 ‘영웅’ 이미지는 선명하지 않았다. 바그다드 공항 인근에 설치된 작전 텐트 안에 있던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속의 미 해군은 사드르 시티에서 오간 주요 대화를 가로채 의문의 방문객이 최근 미국 정부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란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 사령관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 수백명을 숨지게 한 주적이 미군의 레이다에 잡힌 상황이었다. 솔레이마니를 추적해온 드론은 미사일로 무장한 상태였기에 즉시 그를 사살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미국 야후뉴스가 23일(현지시간) 전한 미국 정부가 과거 솔레이마니 사살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던 당시의 상황이다. 당시 상황에 관여한 정보 당국 관계자는 “그날 (바그다드의 작전) 텐트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이 오갔다”고 말했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야후뉴스에 “심지어 솔레이마니가 혼자였다 하더라도 쿠드스군 사령관인 그를 건드릴 수는 없다는 걸 우리 특수작전팀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오랜 기간 모든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하고 있었으나 솔레이마니를 제거하지 않고 내버려뒀다. 왜 그랬을까. 2000년대까지 바그다드 지역을 담당했던 전직 CIA 고위인사인 존 맥과이어는 “솔레이마니를 표적으로 삼는 건에 대해 위에서 내려온 대답은 ‘이란인은 안된다. 그 일엔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는 거였다고 들었다”며 “펜타곤(미 국방성)에선 그 일에 흥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이라크전 이후 CIA는 직접적 정보수집에만 관여할 뿐 어떤 비밀작전을 수행해서도 안 되고 다른 공작에 영향을 끼쳐서도 안 됐다”고 전했다. CIA의 역할과 가능에 제한이 따랐다는 것이다.

솔레이마니 제거에 소극적인 워싱턴의 입장은 이라크 내 CIA의 파트너에게도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맥과이어는 “이라크 정보기관도 솔레이마니를 없애고 싶어했고 왜 미국이 그를 표적으로 삼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며 “그들은 솔레이마니를 이라크 지역 내 가장 위험한 인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라크 지역을 담당하던 CIA 인사들이 볼 때 미국 정부는 이라크에서 이란에 영향권을 내주고 있었다. 전직 고위 CIA 관료는 “이란사람들이 이라크에서 얼마나 빨리 매우 효과적으로 미국처럼 움직이는지 보고 깜짝 놀랐다”며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 러시아를 끌어들인 것처럼 그들은 우리를 끌어들였고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직 CIA 관계자는 “그 누구도 이라크에서 이란인을 죽이기 위해 공식적인 선을 넘으려고 하지 않았다”며 “왜냐면 (솔레이마니 사살은) 또 다른 전쟁을 초래하는 일이고 미국은 이미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전쟁하느라 지쳐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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