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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설날 연휴에 더 뜨거워진 '반려동물 보유세' 논쟁···당신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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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내놓은 ‘2020~2024년 동물복지종합계획’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보유세’나 ‘부담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보유세’나 ‘부담금’을 당장 부과하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업계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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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물복지단체가 제작한 동물유기 방지 포스터.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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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반려동물 보유세, 어떤 것인가=반려동물 보유세는 반려동물과 관련해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비용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부담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검토되는 제도이다.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반려동물과 관련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반려동물 보유세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반려동물 관련 사회적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동물보호·복지 관련 정부 예산은 2019년 기준 연간 135억8900만원으로 2015년의 14억9500만원에 비해 무려 9배나 늘어났다. 또 지자체의 동물보호센터 운영비용도 지난해 기준 연간 200억3900만원에 달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기·유실동물 보호, 반려동물 편의시설 확대, 반려동물 관련 민원 해결·의료비 부담 완화 등 각종 행정 서비스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동물보호·복지 관련 예산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14일 내놓은 동물복지종합계획에서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을 물리거나 동물복지기금을 조성해 지자체의 동물보호센터나 전문기관을 설치·운영하는 비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2022년부터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보유세 등을 통해 반려동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마련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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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중인 반려견. 농촌진흥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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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의 기본 입장은 ‘중장기적 검토’이다. 농식품부는 반려동물 보유세나 부담금 도입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연구용역,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국회 논의 등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동물복지기금 도입은 확정된 바가 없다”면서 “2022년부터 연구용역,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국회 논의 등을 거쳐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보유세, 엇갈리는 여론=갑자기 등장한 반려동물 보유세에 대한 여론은 갈린다. 우선 반려동물 관련 업계와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동물권보호단체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 중에서는 찬성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펫산업소매협회 김경서 사무총장은 “반려동물 보유세는 반려동물 인구의 심각한 감소는 물론 한창 성장하고 있는 펫산업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는 “동물유기와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기와 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더욱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면서 “반려인에게 경제적, 제도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면 반려동물 양육을 포기하는 반려인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유기동물을 양산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ㅎ씨(48·주부·경기 성남시)는 “현재 키우고 있는 개의 나이가 10살이 넘었는데 의료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고 있다”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서민들에게 보유세 등의 경제적 부담을 추가로 안길 경우 오히려 유기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 “지금은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드는 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준영 반려견주택연구소장은 “기본적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금 시행하는 경우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인식이 높아지는 등 사회적 여건이 성숙된 뒤에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 상당수가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고려없이 반려견 등을 데려다 키우다가 갈수록 커지는 비용 부담에 압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물린다면 키우던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가 새로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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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진료 장면. 농촌진흥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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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보호단체인 동물해방물결의 이지연 공동대표는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 상당수가 비용의 측면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책임감도 옅은 경우가 많다”면서 “보유세를 부과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따른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그만큼 책임감도 높아지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공동대표는 “반려동물 보유세 부과는 시도해볼만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유세 도입과 함께 번식장에서 대량으로 개·고양이를 생산·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전향적인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려동물을 집에서 키우는 것에 반대입장을 가지고 있는 ㅇ씨(78·대전 유성구)는 “반려동물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키우게 되는데 거기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국민의 혈세로 충당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그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국내 일부 정당에서도 ‘반려동물 세금 부과 공론화’ 공약이 나온 바 있다. 정의당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동물보호센터, 동물놀이터, 동물구호 등 다양한 사회적 욕구가 분출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인력과 재원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반려동물 세금 부과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예산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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