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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모르면 낭패…복잡한 ‘전세대출 규제’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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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전세대출 규제가 20일부터 대폭 강화됐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일대의 아파트 단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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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시행된 전세대출 규제를 둘러싼 혼란이 여전하다. ‘세 주고 세 사는’ 전세대출자나 대출예정자라면 달라진 규제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 건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지금 당장은 규제 대상이 아니더라도 향후 집값이 뛰거나 하면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어서다.



①전세대출 받아 ‘갭투자’ 이제 막혔나?



상당 부분은 막혔다고 볼 수 있다. 20일 이후 전세대출을 새로 받을 땐 ‘고가(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취득하거나 다주택자가 되는 경우 대출을 회수한다’는 내용의 추가약정서를 맺는다. 이후 은행이 전세대출자의 주택 보유 현황을 최소 3개월에 한 번 체크한다. 9억원 초과 주택을 새로 사들이거나, 2주택 이상 보유한 것이 걸리면 ‘기한이익 상실(만기 전 회수)’ 조치에 들어간다. 대출금을 한꺼번에 몽땅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통상 규제 위반 확인부터 기한이익 상실 조치까지는 2주가량 걸린다. 2주 안에 갚지 못하면 대출 연체에 빠진다는 뜻이다. 연체이자 등 불이익이 발생할 뿐 아니라, 이후 석달이 되도록 갚지 않으면 ‘금융채무불이행자’ 신세가 된다.



②9억원 이하 주택 갭투자는 여전히 가능



‘전세대출 회수’ 규제와 관련해 많은 이들이 헷갈리는 게 ‘9억원 초과’를 판단하는 시점이다. 무주택자가 20일 이후 전세대출을 받은 뒤 시가 8억원짜리 주택을 매입했는데, 혹시 이후 집값이 뛰어서 9억원을 넘기면 그때도 전세대출이 회수되는 게 아니냐는 오해가 있다.

그건 아니다. 자세히 규제 내용을 뜯어보면 고가주택 ‘보유’가 아니라 ‘취득’하면 회수 대상이라고 돼 있다. 취득 시점(주택 취득일=등기이전 완료일)에 시세(KB시세 또는 감정원 시세 중 높은 가격)가 9억원 초과냐 아니냐에 따라 규제 대상이냐 아니냐가 나뉜다. 무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아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2년 뒤 전세대출 만기가 돌아왔을 때는 고가주택 보유를 이유로 대출 만기 연장은 불가하다.

2주택자는 집값 상관없이 다주택 보유만으로 전세대출의 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8억원짜리 집을 이미 보유한 1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아 시가 8억원짜리 집을 갭투자해서 2주택자가 되는 길은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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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전세대출 규제가 시행된 20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벽면에 전세, 매매 시세를 알리는 종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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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전세대출 만기연장 안 돼 월세 돌려야 할 수도



사실 ‘전세대출금 회수’는 부작용이 크다고는 볼 수 없는 규제다. 대출자 본인이 추가약정서에 서명한 이상, 나중에 대출금이 회수될 때 ‘모르고 그랬다’고 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규제 내용을 모르고 있다가 낭패를 당할 수 있는 건 오히려 기존 전세대출자다. 20일부터 공적보증(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뿐 아니라 서울보증보험의 보증부 전세대출까지도 고가주택 보유자엔 막혔기 때문이다.

규제 시행 전 전세대출을 받아둔 고가주택 보유자를 예로 들자. 서울 송파구에 9억원 넘는 주택을 가진 A씨는 전세대출 2억원을 받아 강남에서 7억원짜리 전세를 살고 있다. 그런데 전세 만기일인 2020년 9월 집주인이 전세금을 2억원 더 올려달라고 한다.

이 경우 A씨는 전세대출금을 4억원으로 올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기존에 나간 대출금 만큼(2억원)만 만기 연장이 되고 추가 증액은 불가하다. 따라서 2억원은 A씨가 다른 수를 써서 마련해야 한다. 신용대출을 받든 지, 월세로 돌리든지, 송파구 전세보증금을 올려 받든 지, 송파구 집을 아예 팔든지. 최근 서울 지역 전셋값이 뛰고 있어 얼마든지 이런 상황에 닥칠 수 있다.

사례 속 A씨가 살고 있는 강남구 집주인이 A씨에 나가달라고 요구하면 더 난감한 상황이다. 이사를 가면 기존에 받아둔 전세대출금 2억원 연장조차 불가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돈(5억원)에 맞춰 더 저렴한 다른 전셋집으로 이사를 할지, 아니면 송파구 자신의 집으로 들어갈지, 그것도 아니면 반전세로 계속 강남에 살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어쩔 수 없이 전셋집을 빼줘야 하는 기존 전세대출자의 예기치 못한 피해를 우려한다. 그래서 4월 20일까지 석 달 간은 예외적으로 전셋집을 이사해도 기존 대출 금액만큼은 전세대출을 내주기로 했다(4월 20일까지 전세 계약을 맺은 경우 포함). 하지만 그 이후에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사람이라면 사실상 구제 방법이 없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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