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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트럼프 취임 초엔 좋았는데…베이조스·살만 왕세자의 ‘파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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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해킹 의혹’ 2년 전 사망 언론인 카슈끄지 재소환 

1조원 AWS 데이터센터 놓고 이해 관계 맞던 사이

살만 ‘개인기’로 베이조스 번호 확보 후 해킹 실행

UN, 미국 등 즉각 조사 촉구…외교문제 비화할 수 

헤럴드경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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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간 ‘파국 드라마’의 전개과정이 이목을 끌고 있다.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 칼럼을 베이조스 소유의 언론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하다 사우디 정부 요원에게 살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는 사망한지 2년 가량 지났지만, ‘휴대폰 해킹’ 의혹을 계기로 그 존재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할 때만 해도 ‘비즈니스’를 고리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걸로 관측됐던 두 사람은 이제 미·사우디간 외교관계 악화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베이조스와 살만 왕세자는 10억 달러(한화 약 1조1600억원) 규모의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건립 프로젝트로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할 걸로 점쳐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방문지로 사우디를 택하고, 살만 왕세자도 2018년 초 미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다. 아마존은 당시 사우디에 AWS를 위한 데이터센터 3곳을 세우려고 했다.

사우디를 세계경제의 주요 일원으로 확장시키려는 열망을 가진 살만 왕세자에게도 딱 들어맞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카슈끄지가 살해되면서 모든 게 틀어졌다. 카슈끄지는 앞서 WP에 ‘반(反) 사우디 왕실’을 요지로 하는 글을 몇 차례 냈고, 이 때문에 살해당했음이 기정사실화 했다. 배후로 살만 왕세자가 지목됐지만, 사우디 측은 비공개 재판을 통해 관련자로 의심되는 5명을 처형하는 데 그쳤다.

WP는 카슈끄지 살해사건 발생 뒤 사우디 정부의 개입설을 담은 기사를 대거 내보냈다. WP의 행보엔 소유주인 베이조스의 역할이 있었을 걸로 판단해 ‘보이콧 아마존’ 움직임이 SNS상에서 거세게 일기도 했다.

살만 왕세자의 베이조스 휴대폰 해킹 준비·실행은 이 같은 일련의 불화 전후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살만 왕세자는 베이조스와 친분을 쌓기 시작한 2018년 4월께 전화번호를 입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혹을 조사한 UN인권조사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살만 왕세자는 LA의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베이조스의 번호를 알게 됐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살만 왕세자의 왓츠앱 계정으로 동영상 파일이 베이조스에게 발송됐는데, 여기엔 휴대폰 정보를 빼내는 악성코드가 심어져 있었다.

같은 해 11월엔 베이조스와 불륜관계를 맺어온 TV앵커 출신 로렌 산체스의 사진과 협박성 글이 베이조스에게 전송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내셔널인콰이어러지는 2019년 1월 베이조스의 불륜을 폭로하는 기사를 내보내 세간에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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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 아마존 CEO의 휴대폰 해킹에 관여한 걸로 의심받고 있는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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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베이조스는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였고, 카슈끄지 살해 기사 등을 게재한 WP 때문에 사우디가 자신에게 해를 끼칠 의도를 갖고 움직인다는 의심을 품었다. 베이조스는 산체스와 관계를 부인하지 않은 채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WP가 기사로 다룬 어떤 영향력 있는 사람이 내가 그들의 적이라고 잘못 결론을 낸 것”이라고 썼다.

UN인권조사관은 전날 베이조스 휴대폰에서 나온 포렌식 증거를 토대로 살만 왕세자가 베이조스를 감시하는 데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냈다. 그러면서 미국·관련국이 즉각 살만 왕세자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선택에 따라 향후 사우디와의 관계가 순탄치 않게 될 지점이다.

그렇다면 10억달러 프로젝트 성사가 물건너 가고, 불륜사실까지 공개돼 체면을 구긴 베이조스는 정말 살만 왕세자의 사우디를 비판하는 데 역할을 했을까. WP에 따르면 AWS는 베이조스의 사업에서 가장 큰 이윤을 내는 부문이다. WP의 규모와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그는 사우디 정권과의 관계에서 WP가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버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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