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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감독님은 100점짜리”…승부사 김학범 ‘믿음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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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1년5개월만에 ‘올림픽 9회 연속 본선진출’ 쾌거

AFC U-23 챔피언십, 경기마다 승리 부르는 용병술

특정선수 의존 탈피 “골키퍼 2명 빼고 모두가 주전”

이동경 “감독님은 믿음주신다. 100점짜리” 극찬

김 감독 “1차 목표 달성…2차 목표는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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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이젠 한국 축구의 ‘특별한 사람’(스페셜 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다. ‘학구파 지도자’ 김학범(60) 한국 23살 이하(U-23) 남자축구대표팀 감독. 그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 쾌거를 달성한 지 1년5개월여만에 다시 한국 남자축구의 세계 축구 사상 첫 ‘올림픽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일궈내면서, 그의 독특한 지도력과 이른바 ‘팔색조’ 용병술이 축구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지난 22일 밤(이하 한국시각) 타이 랑싯의 타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살 이하 챔피언십 4강전에서 한국팀이 호주를 2-0으로 누르고 결승 진출에 성공한 뒤, 이날 후반 31분 통렬한 왼발슛으로 추가골을 넣으며 승리의 영웅이 된 이동경(울산 현대)은 공동취재구역(Mixed Zone) 인터뷰에서 “김학범 감독님은 100점짜리 지도자”라며 엄지척을 했다.

이동경은 “감독님은 늘 경기를 분석한다. 경기장에서 대처하시는 것을 보면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지도자라는 생각을 대회마다 느끼고 있다. 특히 늘 믿음을 주고 자신감을 심어주시기 때문에 선수는 더 철저하게 준비해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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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시절 화려한 명성을 가진 축구 지도자는 아니지만 K리그 등에서 숱한 우승을 일궈내며 ‘학범슨’(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 앨릭스 퍼거슨 빗대 언론과 팬들이 붙여준 별명)으로 불리는 김학범 감독. 그는 실제 이번 대회에서 최종엔트리 선수 23명 전원에 대해 ‘믿음의 리더십’을 보여주며 4강전까지 파죽지세의 성적을 만들어냈다.

이번 대회 5전 전승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 철저하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한 그의 대회 준비에 있다. 타이 특유의 습도 높고 무더운 날씨를 감안해 그는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을 덜어 경기 때 최상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더블 스쿼드’를 운용했는데 이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태국에 오기 전부터 모든 경기를 준비해놨다. 선수를 소집해서 훈련할 때부터 계속 경쟁을 유도해왔다. 그러다 보니 어떤 선수가 출전해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단계를 만들었다. 그렇게 준비한 게 잘 적중했다. 단순히 선수 숫자를 바꾼다고 생각하지만, 상대에 따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선수를 먼저 내보내고 있다.” 호주와의 경기 뒤 그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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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은 이처럼 이번 대회에서 “모두가 주전”이라는 독특한 용병술로 선수들을 모두 춤추게 했다. 후보 골키퍼 2명만 빼고 경기 때 상황에 맞춰 골고루 기용하며 출전기회를 줬다. 특히 상대가 지쳤을 때인 후반 들어 ‘조커’를 투입해 승부를 내는 전략을 펼쳤고 이것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이번 호주전 승리 카드는 ‘교체 멤버’였다. 선발자원인 이동준(부산 아이파크)과 이동경을 교체로 쓴 것은, 그 선수들의 역할이 승패를 바꾸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선수들이 그런 믿음을 줘서 할 수 있었다. 도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선수들을 믿었다. 그런 부분이 잘 맞아떨어졌다.” 김 감독은 호주전 승리의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감독은 주전 송범근(전북 현대)의 존재감 때문에 한번도 출전기회를 얻지 못한 후보 수문장인 안준수(세레소 오사카)와 안찬기(인천대)에 대해서도 “언성 히어로”(보이지 않는 영웅)라며 그들의 숨은 공을 언급할 정도로 모든 선수를 배려하는 세심한 지도자다. “골키퍼 포지션은 바꾸는 게 너무 어렵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경기라서 선수들도 이해할 것이다. 선수들 모두 팀에 녹아들어 하나가 돼 잘 지내고 있다.”

김학범 감독은 “1차 목표를 달성한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2차 목표는 이번 대회 우승”이라고 했다. 26일(밤 10시30분) 타이 방콕의 라자망갈라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결승전에서 그가 다시 어떤 빛나는 작전과 용병술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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