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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터뷰]'탈북민 구출 연예인 1호'…개그맨 정성호의 특별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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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끝까지 간다' 출연…12세 소년 탈북 여정 도와

"아이 부모 눈물보며 구출 결심…가족 사랑 더 커져"

"정치적 잣대 이전에 생명 관점으로 바라봐주길"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이용성 수습기자] “탈북민들의 비참한 현실에 즐겁게 촬영할 수 있는 상황은 거의 없었어요. 후유증으로 촬영 후 며칠 간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했죠.”

이데일리

[이데일리 스타in 노진환 기자] 정성호 인터뷰


‘인간 복사기’, ‘사회 풍자 개그의 달인’, ‘다둥이 아빠’. 개그맨 정성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그런 그의 인생에 최근 ‘방송 사상 최초 탈북민 구출 연예인’란 수식어가 추가됐다. TV조선 예능 ‘처음 만나는 세상의 민낯 끝까지 간다’(이하 ‘끝까지 간다’) 출연을 통해서다.

‘끝까지 간다’는 다큐멘터리와 예능을 결합한 신규 리얼 체험 버라이어티다. 정성호가 이 프로그램에서 맡은 코너 ‘사선에서’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부모와 생이별을 해야 했던 12세 북한소년 주성이가 6년 만에 부모를 만나는 과정들을 담았다. 정성호는 탈북민 구호 및 구출에 앞장서온 김성은 목사와 주성이의 탈북 여정을 함께했다. 촬영 내용의 위험성 때문에 ‘내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출연을 고사하던 그는 어떻게 무모하고도 험난한 현장에 발을 디딜 수 있었을까. 정성호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의 영상을 보고 눈물 짓는 주성이의 부모를 보니 내 아이들과 가족이 소중한 만큼 이들 가족을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생명을 구하는 과정에 참여하며 나 역시 우리 가족들을 더 사랑하고 더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정성호는 김성은 목사와 함께 주성이를 비롯한 탈북소년들을 구출하고자 약 한 달 간 라오스, 중국 등 공산국가와 동남아시아 등지를 누볐다. 정성호는 방송 첫 섭외 당시를 회상하며 “고민 끝에 (출연을) 거절할 생각으로 작가를 찾아갔다”며 “그러다 주성이를 두고 먼저 남한에 정착할 수밖에 없던 부모님의 절절한 사연을 듣고 나니 ‘아이를 구해야겠다’, ‘부모를 꼭 만날 수 있게 도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저와 제작진은 물론 베테랑인 김성은 목사님마저도 그 현장을 처음 맞닥뜨리는 것이었으니까요.”

정성호는 “길이 하나도 나있지 않고 발밑으로는 불개미가 득시글대는 산을 모두가 살기 위해 탔다”며 “위험에 처한 생명을 생각하니 그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내가 산을 타는 재주가 있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웃었다.

검문을 뚫고 산길을 헤쳐나가는 것 만큼이나 아이들의 마음의 경계를 허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정성호는 “아이의 손을 잡고 산길을 내려오려는데 계속 손을 놓으려고 했다, 경계를 풀고자 부모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줬는데도 주성이는 김성은 목사를 만나기 전까지 품에 숨겨둔 칼을 풀어놓지 못했다”며 “어색하게 성대모사 개그를 던지는 자신에게 ‘일 없습네다(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말해주는 아이의 조숙함에 오히려 미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랬기에 탈북을 돕던 아이들 중 한 명이 시간이 흐른 뒤 자신에게 ‘큰성’(‘큰 형’의 방언)이라 불러도 되느냐고 묻던 순간이 잊지 못할 만큼 가슴 벅찼다고 했다.

정성호는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소회를 “영화 한 편 보고 온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내가 저것들을 직접 겪었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며 “촬영이 끝난 뒤 한동안 우울증이 찾아왔다. 이후 스케줄을 소화하는데 후유증이 심해 한 주 간 방송을 쉬어야 했다”고 말했다.

민감한 정치적 잣대와 탈북민들을 바라보는 냉랭한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정성호는 “나는 정치에 관심도 없고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사람”이라며 “어떠한 정치적 색깔로 인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게 아니다. 오로지 생명을 구하자는 일념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탈북민을 도와야 한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김성은 목사처럼 자신의 일상을 벗어던진 채 이들의 생명을 구하려 고군분투하는 분들이 이 일을 멈추지 않게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며 “사명감 하나로 생명을 구하는 분들은 죄가 없다”고 강조했다.

설날을 앞두고 2020년 새해 소망도 전했다.

“그간 네 아이들을 키우느라 예능을 거의 못 나갔어요. ‘끝까지 간다’로 새해 인사를 드렸는데 이제 아이들이 많이 컸으니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시청자분들께 인사드리고 싶어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정성호도 방송하고 있구나’를 다시 보여드리는게 올해 목표이자 소망입니다.”

이데일리

(사진=TV조선 ‘끝까지 간다’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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