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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엔 ‘파병 반대파’였던 文, 호르무즈엔 달리 선택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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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28일 이라크 파병 신고 및 환송행사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이 서희부대 최광연 대령에게 지휘봉을 전달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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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임기 첫해인 2003년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 이라크 전쟁 파병을 요청했다. 당시 청와대는 둘로 갈렸다. 외교ㆍ안보 라인은 파병에 찬성했다. 반전(反戰)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을 비롯해 유인태 정무수석(현 국회 사무총장), 박주현 국민참여수석(현 민주평화당 대변인) 등이 그들이었다. 논란 끝에 노무현 정부는 결국 비(非)전투병 파병으로 결론지었다.

문재인 정부가 21일 결국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17년 전 판단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판단이 바뀌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과 이라크 파병을 일대일로 놓고 비교하기엔 무리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2003년 파병 논의 당시 이라크는 전장(戰場)이었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구실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WMD가 존재한다는 근거 없이 미국이 침공했다며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국제적 비난도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에 사실상 참전을 요구해 당시 국내에선 “명분 없는 전쟁에 왜 우리가 참전해야 하느냐”는 반대 여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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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21일 "오만 무스카트항에서 임무를 교대하는 청해부대 31진 왕건함(4천400t급)이 호르무즈 해협 일대로 작전구역을 넓혀 임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6년 3월 훈련하는 왕건함 특수전대원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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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호르무즈 해협은 현재 전시 상태가 아니다.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살해하면서 중동 지역 전운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충돌 가능성이 작아진 상태다. 미국이 요구하는 파병 규모도 차이가 있다. 2003년엔 미국의 요구에 따라 2차에 걸쳐 3600여명의 군인을 보냈다. 이번 파병은 청해부대 정원 320명을 넘지 않는 수준이다.

이라크전과 달리 한국 입장에선 파병에 명분도 있다. 중동 지역에 거주하는 약 2만5000명의 교민을 보호한다는 것과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70% 이상이 지나는 곳이어서 파병을 통한 교역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이라크 파병과는 맥락이 다르다. 전장에서 함께 피를 흘리자는 개념보다는 Burden sharing(책임 분담) 성격이 크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파병의 학습 효과도 이번 문 대통령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이라크) 파병을 계기로 북핵 문제는 바라던 대로 갔다. 미국 협조를 얻어 6자 회담이라는 다자외교 틀을 만들어냈다”고 썼다. 당초 자신도 반대했지만, 결과적으로 파병을 통해 한국이 얻은 실리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이번 호르무즈 파병은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북한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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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호르무즈 해협 파병 규탄! 해리스 추방! 미국철거!' 기자회견에서 반트럼프반미투쟁본부 민중민주당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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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위험한 선택이라는 우려가 일부 진보 진영에서 나온다. 겨레하나 등 89개 시민사회단체는 2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일방적인 핵 합의 탈퇴,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로 긴장감이 높아진 중동에 군을 파견하는 것은 군사적 경쟁에 동참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반발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파병이 아니라 ‘작전 지역 확대’라는 점, 미군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독자 파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란의 파병 비난과 관련해선 “이란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독자 파병’을 선택해 이란 쪽에도 명분을 주고 우리도 명분을 갖는 쪽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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