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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이 항소한 '배드파더스' 문제…"윤석열 총장님께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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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육비해결총연합회 ]

머니투데이

배드파더스 구본창 대표가 양육비 관련법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0.01.17(사진=양육비해결총연합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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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양육비를 고의로 주지 않는 '나쁜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한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으나 국민참여재판에서 만장일치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동안 양육비 미지급으로 위협받던 아동 생존권에 무관심했던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 판결로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21일 항소장을 제출해 배드파더스 운영자에 대한 죄를 계속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검찰이 아동 생존권 문제로 이번 사건을 바라볼 것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머니투데이 더엘(theL)팀에 보내 그 전문을 싣는다.

다음은 공개서한 전문.

존경하는 윤석열 검찰총장님

지난 1월 15일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의 운영진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수원지방법원에서 무죄가 선고가 난 것을 혹시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고 배심원 7명 전원이 공익성이 인정된다며 무죄평결을 해줬고, 감사하게도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당사자가 된 배드파더스 운영진뿐만 아니라 배드파더스에 전 배우자의 신상을 공개했던 많은 한부모가정의 양육자와 아이들 그리고 그 결과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던 양육비를 못받고 힘들어하는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은 무죄 선고에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검찰에서 지난 항소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실가닥 같은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고 감동받았던 것도 잠시 다시한번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어가는 절망감을 느껴 감히 이렇게 호소문을 쓰게 됐습니다.

검사가 임용될 때 하신다는 선서문을 찾아보았습니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이고,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가 될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검찰총장님께 절망에 빠진 분들을 위해 호소드립니다.

검사님들이 진짜 세워야할 정의와 인권은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명예가 아닙니다. 검사님들이 진짜 세워야할 정의와 인권은 아이들의 생존권입니다. 검사님들이 지켜고 보살펴야할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은 양육비 미지급자들이 아닙니다. 검사님들이 지키고 보살펴야할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은 바로 배고파야 하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학원도 가지 못해야하는 아이들이고, 그 아이들을 피눈물을 삼키며 바라봐야하는 양육자들입니다.

이 사건의 본질을 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에서는 "양육비를 못받은 사람의 불가피한 사정을 이해하며 피고인을 수사하거나 기소할 이익이 없다"고 불기소처분하기도 했습니다. 피고인들을 수사하고 이들을 처벌함으로써 얻어지는 공익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을 처벌하면 그동안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자들은 더욱 뻔뻔하게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피고인을 추가 고소하고 의기양양하여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위자료를 청구해올 것입니다. 그렇게 재갈을 물린 뒤 법의 방패 뒤에서 웃을 것입니다. '역시 법이 좋다'고 비웃겠지요. 이것이 바로 정의인지, 이것을 공익이라고 추구하실 것인지, 깊이 숙고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대법원은 여성단체가 학내 성폭력 사실을 인터넷상에 게재한 행위에 대해 공익성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사건도 동일합니다. 이 사건 피고인은 어떠한 대가나 이익을 얻은 것이 없고, 피고인은 제3자로서 피해자들과 개인적 감정이 없으며, 반면 피해자들은 양육비라는 부모로서의 의무를 방기하고 고의적으로 회피하면서 스스로 명예훼손의 위험을 자초한 사람들입니다. 나아가 배드파더스는 객관적 사실만을 적시했고 어떠한 모욕적 표현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2018년 7월 오픈한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통해 한부모가정의 실태, 양육비 문제의 심각성이 비로소 세상에 제대로 알려졌습니다. 그 덕분에 언론이 관심을 갖게 됐고 관련 법안도 10건이나 발의돼 있습니다. 이 법안 중에는 명단공개에 관한 내용도 있습니다. 양육비는 아동의 생존권에 직결되는 것으로, 이를 확보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입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방기하여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생긴 것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가 입법으로 양육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그 길 앞에 서있습니다. 이제 한 발을 내딛도록 도와주십시오. 부디 검찰의 항소를 취하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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