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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다 지워진 물음표…김학범호, 순풍에 돛 달고 도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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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팔렘방 AG 우승 이어 9회 연속 올림픽 진출 성공

뉴스1

김학범 대한민국 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0 AFC U-23 챔피언십' 호주와의 4강전을 하루 앞둔 21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알파인 축구 훈련장에서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2020.1.2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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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지금으로부터 대략 2년 전이던 2018년 2월28일,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은 "김학범 감독을 올 여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및 2020년 도쿄올림픽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어느 정도는 예상됐고 한편으로는 의외의 결정이었다.

김학범 감독이 후보군에 오를 지도자라는 것은 대부분이 공감했으나 실제로 지휘봉이 맡겨질까 싶었다. 지도자 김학범과 국가대표팀, 특히 '젊은 대표팀'과는 잘 연결이 안 된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쉽게 말해서 호랑이 이미지가 있는 나이 많은 지도자(당시 58세)가 20대 초반의 선수들을 이끌고 하모니를 이룰까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그때부터 김 감독은 물음을 피해가지 않았다. 그는 "숫자(나이)가 많다고 생각이 낡고, 숫자가 적다고 생각이 젊지 않다. 나는 생각을 깨우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공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물론 선수들과 나이 차이는 있다. 그러나 이미 축구 자체로 소통이 된다고 생각한다. 축구라는 공통분모를 놓고 생각하겠다. 소통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김 감독을 향한 시선은 그때와 딴판이 됐다. 젊은 지도자들보다 훨씬 더 깨어있는 전술과 팀 운영 속에서 또 다시 큰 성과를 낸 김학범 감독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이 22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탐마삿 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2-0으로 승리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오는 26일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결승에 오른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이 대회 첫 우승에 도전한다.

아직 올라갈 곳이 남아 있으나 일단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김학범호다. 이번 대회의 최대 목표는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을 거머쥐는 것이었고, 최소 2위를 확보한 대표팀은 결승전 결과에 상관없이 올림픽 9회 연속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시작부터 당당했던 '학범슨' 김학범 감독이 또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

다시 시계를 2년 전으로 돌린다. 취임 때 김 감독은 "내 임기가 도쿄 올림픽까지라고는 하지만 올해 아시안게임 때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 난 그것으로 끝"이라고 자신이 선을 그었다. 쉽게 꺼내기 힘든 단어 '금메달'을 직접 언급하며 "여러분도 마찬가지지만, 아시아에서는 우승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며 웃기도 했다.

스스로 도망갈 여지를 제거한 일종의 배수진이었다. 그리고 김 감독은 멋지게 금메달을 가져왔다. 시작할 무렵 황의조를 둘러싼 '인맥축구' 논란이 있었음에도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황의조는 득점왕으로 화답했다. 와일드카드 손흥민을 신뢰했으나 그에게 기대지는 않는 리더십 속에서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이번에는 그의 지휘봉이 더 빛났다.

조별리그 1차전부터 호주와의 준결승까지 대표팀 선발 라인업이 널을 뛰었다. 매 경기 절반 가까운 인원들을 바꿔가면서 나섰는데 그 팔색조 전술이 번번이 통했으니 팬들의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구호에서 그치는 '원팀'이 아니라 진짜 모든 선수들이 하나로 힘을 합친 팀이었다. 그렇다면 수장의 리더십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임 무렵 당사자는 당찬 목소리를 냈으나 의문부호가 따랐었다. 아무리 '학범슨'이라 하지만 소위 '비주류'로 지냈던 그가 주류 중 주류인 '대표팀'과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이 따랐다. 그런데 뚜벅뚜벅 진한 발걸음을 찍어내고 있다.

적어도 도쿄 올림픽까지는 그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없을 전망이다. 오롯이 경기만, 대회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다. 순풍에 돛을 달고, 이제 김학범호는 도쿄로 간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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