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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쏟아부어 ‘2.0% 성장’ 턱걸이… 10년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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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민간투자ㆍ소비 부진, 정부 지출이 성장률 75% 차지… 장기침체 우려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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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19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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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에 그치며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일년 내 재정을 쏟아 부어 ‘1%대 성장’이란 최악의 결과는 면했지만, 민간의 투자와 소비는 역대급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렇다 할 경제위기 없이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든 한국 경제가 이제는 장기침체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얼어붙은 민간 경제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2%를, 연간 성장률은 전년 대비 2.0%를 기록했다. 앞서 분기 성장률이 작년 1분기 -0.4%에 이어 3분기(0.4%)까지 계속 1.0%를 밑돌면서 지난해 하반기까지 연간 2% 성장은 물 건너 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4분기 재정집행에 총력전을 벌이면서 성장률을 극적으로 끌어올렸고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2.0%를 간신히 맞춘 셈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인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특히 얼어붙은 민간 투자와 소비 부진이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각각 3.3%, 8.1%씩 감소하며 성장을 제약했다. 민간소비도 1.9% 늘어나는 데 그치며 2013년(1.7%)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 경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도 지난해 1.5% 성장에 그쳤다. 4분기엔 그마저도 감소세(-0.1%)였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모두 악화됐던 게 수출 부진의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4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보다 높았던 데는 정부 재정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4분기 성장률(1.2%) 가운데 정부 지출의 기여도는 1.0%포인트나 됐다. 연간 성장률 2.0% 중에도 정부 지출이 75%인 1.5%포인트나 차지했다. 이 같은 정부 기여도는 2009년(2.3%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대로 민간 지출의 성장 기여도(0.5%포인트)는 2009년(-1.5%포인트) 이후 가장 낮았다. 박양수 국장은 “정부가 4분기에 이월ㆍ불용 예산을 최소화한다는 원칙 하에 재정을 대폭 투입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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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없는 최저 성장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돈 경우는 △제2차 석유파동을 겪은 1980년(-1.7%) △1998년 외환위기(-5.5%) △2009년 금융위기(0.8%) 등 경제위기 국면뿐이었다.

작년 미중 무역분쟁이란 대외 변수가 있었지만, 경제위기급 악재가 없었음에도 현재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한은 추정 2.5~2.6%)에도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한 건 경제의 허약성을 드러낸 결과란 목소리가 높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은 결과가 고작 2.0% 성장이라는 건 한국경제의 씁쓸한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과거 경제위기 때보다 결코 낙관할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경제위기 때는 한 해 성장률이 낮았어도 다음해 곧바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올해 성장률이 의미 있는 반등을 할 거라 보는 시각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경제 상황은 그간 경험하지 못한 저성장, 장기침체 같은 새로운 유형의 경제위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반면 정부는 긍정론을 강조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2% 성장은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켜냈다는 의미가 있다”며 “경기반등 발판 마련에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도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양호한 결과”라며 “반도체 가격 상승 등으로 수출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도 성장의 기대치는 낮은 상황이다. 정부와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2.3~2.4%로 전망하지만 LG경제연구원(1.8%) 등 일부 민간 연구기관은 올해보다 더 암울한 1%대 성장률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 기대만큼 수출 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홍준표 연구위원은 “무역갈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거시적 차원에서 신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등 민간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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